<앵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독주 속에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이른바 자동차업계 중견 3인방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들 3사가 부활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신재근, 임원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기자 스탠딩 :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134만대)입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인방의 판매량(26만6,783대)입니다.
보시다시피 두 집단 간의 판매량 차이가 무려 100만 대가 넘습니다.
자동차 시장 양극화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집단 간 점유율 격차는 올 들어 더 벌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차였고, 나머지 1~2대 정도만 3사 제품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떨어지다 보니 수익성이라고 좋을 리 없습니다.
한국GM은 7년째, 쌍용차는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근근이 버티던 르노삼성도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 같은 부진은 연구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쌍용차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쓴 돈은 1,565억 원으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고 르노삼성은 전년보다 4분의 1이나 줄었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은 고사하고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도 줄다 보니 차가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 : (한국GM·르노삼성의 경우) 해외 곳곳에 있는 공장에서 특별한 차종을 만들어서 각 나라에 필요한 차종을 공급하는 역할로서 중요성이 높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대응보다는 해외시장에서의 생산 차종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품이 한국 소비자에게 적합한 그런 용도로서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어디서 하느냐 이게 상당히 주요한 역할이 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기자 스탠딩 : 이들 자동차 3인방의 직원 수는 1만8천여 명에 달합니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폭 또한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기자 스탠딩 : 더욱 안타까운 건 완성차 업계 중견 3인방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 또한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저조한 판매량에, 영업 적자까지 내며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노사 갈등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 경영진 숫자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상근임원 38% 감축, 조직 규모 23% 축소)
쌍용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 시민단체들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강봉석 / 서울 영등포 : 기존에도 쌍용차에 대한 공적자금이 많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배영기 / 서울 은평구 : 국가가 경영의 전문가도 아니고 또 다시 세금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가 오니깐 자동차 회사에서 합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8년 만에 영업 적자를 낸 르노삼성, 올해 소형 SUV `XM3` 생산을 시작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돌연 `직장 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에 회사가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자동차 판매량이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공장을 절반만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희망퇴직과 순환 휴직을 실시했는데 이에 노조가 반발하며 파업을 벌인 겁니다.
3년 전 혈세 8천억 원을 지원받으며 가까스로 `한국 철수`를 모면한 한국GM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노조가 1천만 원 가까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노사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며 7년 동안 쌓인 적자만 3조4천억 원에 달합니다.
[기자 스탠딩 :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불투명하기만 한 이들 중견 삼인방이 부활할 가능성은 과연 없는 걸까요? 지금부터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인터뷰]
Q. 한국GM·쌍용·르노삼성 등 `중견 3인방`이 부진을 겪는 근본적 원인 어디에 있는 건가요?
김필수 교수 (이하 김) :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품질 수준이 떨어지는 차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3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좋은 신차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또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고요, 전체적인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Q. 자동차시장의 양극화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요?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 미국은 GM 중심으로, 일본은 도요타 중심으로 (시장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좀 더 큰 기업들이 부각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미래차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점차 쇠퇴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국내는 현대차(그룹)와 나머지 3사 간의 양극화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세계 선진시장 중에서 80~90%를 한 그룹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상황입니다.
Q. 일자리, 소비자 선택 폭 감소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독주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양극화 심화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텐데요.
김 : 연간 180만 대 규모의 (국내 시장은) 일종의 `시험장(테스트 베드)`이고 국내에서 입증된 모델은 해외에 수출되는 게 기반입니다. 4대 중에 3대를 수출해서 먹거리를 찾고 있는게 현대, 기아차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 90% 점유율로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냉정하게 평가가 안됩니다.
나머지 3사가 열심히 해서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점유율을 잘라 줘야만 국내에서 훈련된 좋은 신차가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데 점유율이 높다보니 자기 만족에 빠져 품질 등 여러 부분에 대한 입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거든요.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지 않는, 왜곡된 시장이라는 것 역시 현대차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죠.
Q.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 3인방이 `강소 자동차` 회사로서 부활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김 : 노사 안정과 관련된 문제들의 해결과 R&D 비용을 키워서 좋은 신차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또 국내 생산 모델은 물론 OEM 수입차를 섞어서 2~3개 차종의 베스트셀러 모델을 만드는 등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외 모기업에서 신차를 가져와서 (내수형으로) 섞어서 파는 거죠.
과거 르노삼성의 OEM 수입차인 `QM3`의 경우 6개월~1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SM6`도 초기에 굉장히 성공했거든요. 이러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이 함께 나와서 시너지를 내줘야 합니다.
Q.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가 반복되는 노사갈등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 걸까요?
김 :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50년대 회사가 무너질 정도로 노사분규가 심각해서 노사 양측이 다 일자리를 잃어버렸어요. 회사가 거의 망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 현재 도요타는 거의 70년 동안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어요.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해야 된다, 회사가 없다면 노사 양측이 다 없다는 인식을 뼛속 깊히 새기고 있다는 거죠.
정부가 좀 나서서 노사정 위원회라는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노사 양측이 너무 민감하면 정부가 개입을 할 필요가 있어요. 민간이라고 개입 안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국가 산업이고 기간 산업입니다. 부품까지 연계하면 일자리라든지 모든 먹거리의 시작점으로서 자동차가 국내 양대 (산업) 축 중 하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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