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국내 연구팀이 새롭게 찾아냈다.
해당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특정 항암요법에 크게 반응해, 치료 방침 결정에 유용하게 쓰인다는 의료계 분석이다.
29일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103명의 췌장암 환자에서 DNA 손상 복구 기전에 관여하는 123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ERCC6` 유전자 변이가 매우 의미있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췌장암은 진단 시 약 80~85%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5년 생존율은 10% 정도다.
따라서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예후 예측이 치료 방침 결정에 중요하지만 기존의 방법은 부정확했다(단백질 CA19-9 수치 확인).
류지곤 교수팀은 연구 결과, DNA 손상 복구 기전에 관여하는 ERCC6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폴피리녹스 항암요법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서 폴피리녹스 항암요법을 한 환자의 질병 무진행 생존기간은 23.5개월로, 해당 항암요법을 하지 않은 유전자 변이 환자의 생존기간인 8.6개월에 비해 3배 이상 길었다.
현재 췌장암의 표준 항암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네 가지 약제를 쓰는 폴피리녹스와 두 가지 약제를 쓰는 젬시타빈-아브락산 요법이다.
다만 DNA 손상 복구 유전자 중 하나인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폴피리녹스 요법에 반응도가 더 좋다.
그러나 BRCA 돌연변이는 전 세계 환자 중 약 5%에 불과하며, 국내 췌장암 환자에서는 빈도가 더 낮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ERCC6 유전자 변이는 동양인에서 변이 대립 유전자 빈도가 약 40%로 높다.
연구팀은 혈액 샘플을 이용한 후속 연구에서 ERCC6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폴피리녹스 요법에 좋은 반응성을 보이는 지 검증할 계획이다.
류지곤 교수는 “한국인 췌장암 환자에서 특정 항암제에 반응하는 ERCC6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향후 간단한 혈액 채취로 어떤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Cancer’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