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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세진 동학개미…우려반 기대반 [목소리 커진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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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자본시장 제도는 물론 연기금의 운용지침까지 뻗치고 있습니다.
코스피 3천시대를 연 주역이 동학개미인 만큼 이들을 오래 시장에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 기자, 국민연금이 왜 이렇게 국내 주식을 두고 골머리를 앓게 된 겁니까?
<기자>
말 그대로 국민연금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관이지 증시 부양기관이 아니거든요.
국민연금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41년 1,77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차 줄어들어 2057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예정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상은 이보다 3년 빠른 2054년이고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현재 중기 자산배분 목표치인 15%로 유지한다고 해도 어차피 20년 뒤부터 고갈 시점까지 매년 17조원씩은 팔아야 연금 가입자들에게 돌려줄 재원이 마련되는 겁니다. 지금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린다면 그만큼 나중에 팔 주식도 많아진단 얘기겠죠. 시장에 미칠 충격도 커지고요.
결국 조삼모사입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지금 국민연금의 매수세로 오른 주식이 사실은 미래의 내 연금을 가불받은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우리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공적연금(GPIF)이 일본 증시가 폭락했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국민연금이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동학개미가 비교 사례로 많이 드는 것이 자국 주식 비중이 25%로 높은 일본 공적연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본 공적연금이 주식 비중을 12%에서 25%로 높인 것은 지난 2014년입니다. 일본 연금 특성상 국채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초저금리 상황 속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조치였고요.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증시에 뛰어든 건 우리로 치면 자산군별 투자허용범위를 확대하는 조치였거든요. 그러니까 25%라는 기준은 그대로 두고, ±9%까지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을 ±11%까지 허용한 겁니다.
아마 국민연금도 이미 줄이기로 결정한 국내 주식 비중을 바로 늘리기보다는 이같은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사실 이것도 작년처럼 시장이 어려울 때 시행했어야 하는 방법이지, 코스피 3천을 넘긴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사안을 따져보면,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나 아닌 다른 주체가 주식을 파는 행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하는 것 같습니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두 번의 금지 연장 조치를 거쳐 오는 5월3일 공매도가 재개되긴 합니다만,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편입 종목으로만 제한됩니다.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나머지 종목들은 결국 별도의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 셈입니다.
분명 처음엔 한시적 금지였는데, 점점 개인 투자자들의 소원대로 영원한 금지에 한발 다가선 모습입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시장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입니다. 한때 공매도를 규제했던 프랑스나 대만 등은 말 그대로 한시적인 조치에 그쳤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증시가 글로벌 표준에 뒤쳐졌을 뿐만 아니라, 대형주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도리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보다는 소형주들이 급격한 가격 변화에 노출되기 쉽거든요. 그런데 주가 거품 형성을 방지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도리어 소형주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되면서 속된 말로 폭탄돌리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말이 공매도 재개지, 제도적으로는 거의 틀어막힌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시장조성자라는 게 있거든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거래가 부진한 종목의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제시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들인데요.
공매도는 바로 그 유동성을 공급할 때 쓰는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공매도 대상이 축소되고, 이제까지 내지 않던 거래세까지 물리면서 시장 조성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참고로 미국과 영국, 홍콩 같은 증시 선진국의 경우 시장조성 거래에 대한 세금은 없습니다.
<앵커>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작용했죠?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갈 물량이 많아지도록 제도가 손질됐는데, 도움이 좀 됐습니까?
<기자>
최근 진행됐던 SK바이오사이언스 사례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 가운데 50%를 청약자 전원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는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됐지요.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공모주 청약의 변수가 증거금 규모가 아닌 청약계좌수가 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인기 공모주의 경우 빅히트는 약 4,100만원, 카카오게임즈는 1,830만원의 증거금을 넣어야 했던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32만5천원으로 최소 한 주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균등배정에도 불구하고 한 주도 못 받는 투자자 또한 속출했습니다. 청약에 참여한 240만개의 계좌 중에서 28만명이나 됐다고 하니까요.
그러면 대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는 어땠느냐,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일정이 있던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7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는데, 이러한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공모주 펀드들이 대거 판매를 중단한 겁니다.
올 들어서만 20개의 공모주 펀드 판매가 중단됐는데요, 이는 전체 공모주 펀드의 16%에 달합니다.
공모주 펀드가 우선 배정 받는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신규 고객을 자꾸 받으면 기존 투자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결국 공모주도 못 받고, 펀드도 못 사고. 개인의 진입 문턱을 낮췄더니 경쟁만 치열해진 셈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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