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LH 땅 투기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이 너무 늦게 진행된 데다 그 폭도 너무 좁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검찰 출신의 김웅 의원(국민의힘)은 "국토부와 LH의 의혹을 국토부가 조사하겠다는 건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가 학폭위원으로 앉아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과 정부의 조사방식의 허점을 짚어봤다.》
Q. 정부의 합동 조사가 `셀프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를 친 게 국토부 산하인 LH다.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이었을 때 일어났다. 변 장관이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국토부 직원이 장관에게 해가 되고, 누를 끼칠 수 있는 조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국토부와 LH 문제를 국토부가 조사하겠다고 말하는 건 처음부터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서 학폭위가 열렸는데 학폭위원으로 가해자 부모가 들어가면 그게 정상적인 학폭위라고 볼 수 있겠나. 이건 더 심한 일이다."
Q. 국토부를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건가.
"3기 신도시가 어디가 될지 LH가 정하지 않는다. 국토부가 결정한다. 이번 논란은 미공개정보를 땅 투기에 이용했는지가 핵심이다. 미공개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어디겠나? 국토부다. 국토부에서 내부 정보가 흘러나갔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그런데 국토부가 스스로 조사를 하라? 이건 국민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Q. 그렇다면 어떻게 수사가 진행됐어야 했나.
"모든 수사의 기본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의 대상과 범위를 보면 수사를 제대로 할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3월 2일에 문제가 터지고 일주일 지나서야 LH 본사에만 압수수색이 들어갔다. 이미 증거를 없애고도 남을 시간이다. 또, 압수수색을 들어가야 할 곳은 국토부, 기획부동산 업체, 관련 장비 업체까지 한 번에 해야 한다. 보상금을 더 타내려고 왕버들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그런 묘목 업체까지 다 압수수색을 해야 된다."Q. 차명 거래를 잡아내는 게 핵심이다.
"양이원영 의원도 의혹이 불거졌다. 양이 의원은 `나는 모른다, 어머니가 했다`고 말한다. 이럴 때 혐의를 어떻게 입증하냐면, 가령 왕버들나무를 심었다고 치자. 묘목값을 누가 줬는지, 인건비는 누가 줬는지, 자금과 관련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타인 명의로 땅을 샀더라도 비용을 본인이 지불했다면 사실상 본인이 관리했단 걸 밝힐 수 있다. 수사는 그런 논리를 찾아내는 거다. 현재 조사방식으로는 의심자가 `다른 사람이 산 거다,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법정에서 유죄를 받아낼 방법이 없다.
변창흠 장관이 `땅을 사고 나니까 개발이 됐다, 땅을 사봐야 수용되기 때문에 손에 쥐는 이익이 없다`고 말한다. LH가 토지수용을 하면서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이 불법 대토다. 투기꾼은 불법 대토를 하려고 1천㎡ 이하로 쪼개서 땅을 산다. LH 사장이 그걸 몰랐다? 말도 안 된다.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국토부 장관인데 그 사람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밝히겠나. 대통령께서 그런 사람에게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건, 사실상 이번 사건을 흐지부지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Q. 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된다면 `꼬리 자르기`가 될 수 있다.
"본인 명의로 땅을 산 사람은 가장 하수다. 고수는 차명으로 산다. 신탁 제도를 활용한다. 알박기도 한다. 지금 방식으로는 잡아낼 수 없다. LH·국토부 직원에게 `땅 샀냐, 안 샀냐` 이렇게 조사할 게 아니다. 거물을 잡으려면 반대로 올라가야 한다. 3년 치 등기부 등본을 다 떼서 역추적 해야 한다. 신도시 발표하고 땅을 샀네? 시세가 1만원인데 1만5천원을 줬네? 이 사람이 누구인가 보자, 계좌를 추적해보자. 대출을 받았는데 보증을 누가 서줬나, 담보 제공을 누가 해줬나, 그렇게 찾으면 뒤에 거물이 나온다. 지금 본인 명의로 땅 산 LH 직원은 하수 중 하수다. 피라미만 잡는 거다.
가령, 조사에서 걸린 사람이 `땅 사기는 했어, 그런데 미공개정보 이용하지 않았어, 미공개정보 이용한 증거 어디 있냐`고 주장할 때 어떻게 입증하겠냐는 거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언제 3기 신도시가 결정됐는지, 국토부 의사결정이 언제 이뤄졌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관련자 휴대폰·이메일 다 뒤져야 한다. 그런 걸 추적하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걸 입증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이 없으면 입증이 안 된다. 정말 고수들이 `가족이 했다`, `기획부동산이 했다` 이렇게 주장하면 다 빠져나가는 거다."
Q. 현재 조사방식으로 부당이득을 환수할 가능성은.
"자본시장법을 확대 적용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잡아보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그건 너무 확대해석이고, 유추해석이라서 어려울 것 같다. 사실상 회수 방법이 없다. 이제 와서 공직자가 투기하면 무기징역을 하네, 5배를 추징하네, 이렇게 강한 메시지가 쏟아져 나오지만, 소급입법을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앞으로 사고 친 사람 나오면 다 사형시키겠다고 말하면 해결될까? 제대로 된 감시 시스템이 없고, 투기하면 돈 많이 번다는 믿음만 있으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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