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 시흥만 아니라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도 땅 투기를 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현실이 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광명 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지구, 하남 교산도 1명씩 있었다.
직급별로는 부장급인 2급이 3명, 차장인 3급은 9명, 4급 6명, 그 이하 직급 2명으로 분류됐다.
과천지구에서는 한 농지(1천122㎡)를 LH 직원이 2017년 5월 형제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8개, 7개의 신도시 예정지 필지를 쇼핑하듯 매집한 LH 직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명 시흥에서 다양한 투기적 토지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가 11일 공직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은 사태의 실체가 극히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차제에 3기 신도시 외에도 현 정부가 조성한 모든 신규택지와 산업단지, 그 배후지 중 개발압력으로 시세가 급등한 지역으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들이 은밀히 `투자클럽`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법인을 만들거나 친척이나 지인 등 차명으로 투자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은 만큼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11일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에 대한 공직자 재산 현황 전수조사 결과 총 20명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의 돌발 기자회견으로 갑자기 터져 나와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은 이번 사건은 일단 1차 조사 결과 발표로 변곡점을 넘었다.
조사 대상이 된 이들 8개 택지의 면적만 4천900만㎡가 되지만 1차 조사에선 7명을 추가하는 데 그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참여연대와 LH 자체 조사를 통해 13명의 LH 직원을 가려낸 바 있다.
정부는 인근 다산신도시 아파트 등 주택을 거래한 국토부 25명과 LH 직원 119명 등 144명도 추려내 경찰에 정보를 제공했지만 현재로선 단순 참고자료 형태다.
하지만 이는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 본인에 대한 조사 결과일 뿐, 이들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투자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지방공기업 등의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토지 거래 조사가 예정된 만큼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광명 시흥지구에서만 14명의 지자체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산 것으로 줄줄이 드러났다.
세종시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에 2018년 8월 산단 지정 수개월 전부터 수십호의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고 빈 땅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 의심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자 경찰이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산단 주변은 썰렁하던 땅에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과 상점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진행돼 수혜를 볼 수 있다. 주변부이기 때문에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지도 않아 투기꾼의 놀이터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조언이다.
이 외에도 국가 개발 사업을 계기로 지가가 급등한 지역도 많다. 제주도는 제2공항 추진으로 땅값 상승률 1위 자리를 수년간 차지했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인근 지역도 투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 땅 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공직자와 지인 간 수상한 자금흐름을 잡아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번에 적발된 공직자들은 오히려 순진해서 뻔히 드러나는 본인 명의로 토지 계약을 했을 것이고, 진짜 숨어 있는 투기꾼은 교묘한 방법으로 신분을 감췄을 것이라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정부 발표가 얼마나 신뢰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며 "차명이나 제3자 거래, 명의신탁 거래 등은 조사가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