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화문광장 교통 개편후 오늘 첫 출근길인데, 현장은 어땠습니까.
<기자>
체계 개편 이후 첫 광장 출근길 점검에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직접 나설 만큼 신경을 썼는데요. 권한대행이 방문한 광화문 광장 자체는 교통이 원활해보였지만 인근이 문제였습니다. 광화문 광장 진입 도로, 주요 출퇴근길인 사직터널과 사직로 구간이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였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 인근의 출퇴근길 평균 속도는 시속 22km, 사직터널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진입하는 데는 5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리포트 영상에서 보셨겠지만 평상시 차로 5분 정도 걸리던 곳이 30분 넘게 정체를 겪었습니다.
공사 여파로 인한 영향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문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가 단순하게 광장만 늘린 게 아니라 인근의 교통 체계를 바꿨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입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참 염려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동안 광장 재구조화 하면서 광장, 역사성, 건축, 조경 측면에서만 너무 보다 보니 서울 주요 교통축에 대한 고려가 적었습니다. (첫날 출근길 정체는) 당연히 올해 시작됐기 때문에 재구조화 영향 맞고요. 교통 체계가 바뀌면 사람들의 적응 기간이 있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다시 교통 자체도 재구조화가 되겠지만 지금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종대로, 사직로, 율곡로는 너무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향후에 교통 흐름 자체가 재구조화 된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도 훨씬 안 좋은 교통 서비스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앵커>
교통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이 사업을 왜 하는 겁니까?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 재구조화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광화문에 대해 쓴 표현을 살펴보겠습니다.
"차로로 단절된 회색 콘크리트 광장,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오명 속에 정체성을 잃어버린 광화문 광장"
"광화문 전면부에는 역사공간이 미흡하고 차도로 단절되어 있으며, 시민 편익시설도 부족하다. 소음과 매연이 가득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광화문 광장을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입니다. 기존 세종문화회관 앞 차도는 보행길로 바꾸고, 경복궁 광화문 월대 등도 복원될 예정인데, 이렇게 광장이 바뀌는 데에 791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앵커>
역사공간과 시민편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건데, 그런 요구가 시민들로부터 있었던 겁니까? 갑자기 광화문 광장을 바꾸겠다고 해서 의아해하는 시민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1만여 명의 시민들과 수 십 차례의 소통을 거쳤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은 모든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않은 보여주기식 조사였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반발이고요. 주변 분위기를 살펴보면 아마 이번 출근길 교통 혼란 이후에야 광화문 광장이 재구조화되고 있구나, 이렇게 알게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앵커>
혹시 서울시가 추진하는 GTX-A 신설역 유치와 연계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과거의 광장 재구조화 추진 계획에는 지하 광장 조성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보자면. 광화문 광장을 바꾸겠다는 것은 사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예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계천과 비견되는, 대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약이라는 시선도 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냐면 직전 오세훈 시장 시절의 광화문 광장이 많은 문제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하개발을 포함해서 장기적으로 GTX를 포함한 새로운 교통의 요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당시 서울시가 추진해왔었던 겁니다.
이 연장선상으로 이번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에서 지하 개발 계획이 유지됐다면 이후 GTX-A와의 시너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만, 최종 단계에서 문화재 훼손 등 여러가지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 계획은 지상만 바꾸는 반쪽짜리가 됐습니다. GTX-A 환승역 유치도 현재로서는 그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이번 광장 재구조화를 GTX-A와 연계시켜 보기는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앵커>
역사성 회복한다는 취지 정도만 살아있는 게 이번 사업이라는 건데, 한 달 뒤 서울시장이 바뀌면 또 계획이 좌초되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기자>
네, 그 부분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현재는 교통 체계만 재구성되는 것이고, 전체 광장 조성은 10월 이후 완료될 예정입니다. 아직 계획이 완료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은 건데, 문제는 이같은 광장 개발에 대해 주요 후보들이 난색을 표해왔다는 점인데요.
현재 국민의힘 단수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후보는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하는지도 모른다"면서 "그저 광장이 중앙이 아닌 편측에 있어야 한다는 한 건축가의 고집뿐인데 거기에 791억의 세금이 쓰인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교통 과부하와 미적 불균형, 공사비용 낭비는 차치하더라도 무모한 결정의 배후는 밝혀져야 한다"며 날을 세운 건데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직접 쓴 글을 통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두고 "서울의 세대당 지방세 부담액은 이미 연간 514만 원이 넘는데 이런 사업 하겠다고 세금을 퍼붓는다면 어떤 시민이 납득하겠나"라며 "시장도 없고, 부처와의 합의도 없고, 서울시민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한 마디로 `날림행정`이자 `불통행정`, `유훈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여당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국경제TV 질의에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야당 후보들처럼 반대 의견을 내세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란이 있는 광장 재구조화에 찬성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 이렇게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4월 시장 선거 결과가 광화문 광장에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문제가 선거 이슈와 엮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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