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렇다면 국내 벤처기업들이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 지 짚어보겠습니다.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 나왔습니다.
유 기자, 세계 무대에서 우리 벤처·스타트업들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어떤 겁니까?
<기자>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활동하는 범위는 광범위합니다. 따라서 한 분야를 콕 집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기업들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사실 이번 CES는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29개사가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70%인 20개사가 중소벤처기업이 차지했습니다. 이들 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트렌드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개사 가운데 6개사가 헬스케어 기반 기업이고, 홈코노미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분야 기술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최근 탄소제로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CES 혁신상 수상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앵커>
주로 헬스케어,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이런 쪽이군요.
CES하면 삼성 LG만 주로 떠올리는데
우리 중소벤처가 20곳이나 상을 받았다.
올해 유독 성과가 좋은 거죠? 특별히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참가기업 수가 줄어서 작년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인데요.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역대 최고 성과를 보인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선전한 특별한 이유를 좀 살펴보면 기술을 가진 우수한 인력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든 것이 첫 번째 이유일테고요.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 몫 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부 투자를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왔는데요. 그래프를 보시면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투자액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줄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컸는데 소폭이긴 하지만 전년대비 투자액이 증가한 것을 보면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라는 건데, 실제 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벤처투자 금액을 업종별로 비교해 놓은 자료입니다. 10년 전에 비해 전체 투자액은 4배 이상 늘었는데, 업종별로 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언택트,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최근 자본시장에서 ICT서비스나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벤처투자도 이러한 자금의 이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0년전 800억 수준에 머물던 바이오·의료와 ICT서비스 업종의 투자액은 지난해 1조를 넘기며 벤처투자붐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전기·기계·장비나 ICT제조 등은 투자가 정체한 모습을 보였는데 산업구조가 변한 탓도 있지만 투자가 특정 업종에만 쏠린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확실히 투자를 많이 한 업종이 주로 성장을 했다 라는 얘기네요. 쏠림 현상은 좀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 같고,
앞서 김선엽 기자 리포트에 나온 기업들은 이번에 혁신상을 받았으니까
후속 투자를 계속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사실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CES 혁신상을 받은 것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문의는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기업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CES의 경우 제조업을 기반에 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의 실적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제조설비에 대한 투자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투자금이 바이오나 ICT서비스 같은 업종에 쏠려있는데다 정부 투자가 초기창업기업에 주로 이뤄지다보니 성장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은 오히려 자금 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런 기업들의 경우 정부 R&D 과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출이 없으면 지원자체가 어렵다보니 기술개발 단계를 막 벗어난 스타트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이 아직까진 조성되지 않은 셈이죠.
<앵커>
투자가 창업초기단계에서만 주로 이뤄진다.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보통 몇년차 정도를 얘기하죠?
<기자>
창업 기업들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보통 3년차 미만을 초기 투자 기업, 3~7년차를 도약기, 그리고 스케일업이 필요한 기업들은 7년차 이상을 의미합니다.
<앵커>
창업 자체가 늘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더 키울 수 있는 투자 부분이 약하다 라는 거네요.
정부도 이런 부분을 알텐데, 왜 이 부분은 지원이 없는 겁니까?
<기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자신들의 투자 성과를 보여주기에 창업 기업의 질을 높이기 보다 창업 수 자체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를 통해 유망 기업을 성장시키기 보다는 창업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편했기 때문이죠.
<앵커>
그렇군요. 지원 대책이 전무한 겁니까?
<기자>
물론 정부도 스케일업에 대한 벤처·스타트업의 니즈를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기부는 이전에는 없었던 스케일업 펀드를 신설해 1,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혁신기술의 시장진입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서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제도는 공공기관과 지자체 조달 예산의 1%를 혁신시제품 구매에 사용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사실 비슷한 제도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용해왔습니다. 지멘스나 필립스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매출이 늘고 사업이 커지는 등 벌써부터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케일업이 늦었다는 비판에 뒤늦은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제품에 대한 기술력이 해외서 인정받고 있는만큼 투자와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국내 벤처생태계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