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소유주 문모(55)씨는 1년간의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 이달 초 방에 들렀을 때 깜짝 놀랐다.
방 안에는 `퇴실 시 에어컨을 꺼달라`, `흡연 금지` 등이 쓰인 영어 안내문이 있었고, 수납공간에서는 일회용 칫솔과 관광안내 전단 등이 나왔다. 마룻바닥에도 흠집이 여러 곳 생겼다.
문씨는 27일 "세입자가 재택근무로 직장 근처에 거주할 필요가 없어 월세를 충당하려 에어비앤비 영업을 했다고 하더라"며 "나도 1년째 재택근무 중이라 세입자 심정을 이해하지만 몇달치 월세가 수리비로 나갈 수 있어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기업의 재택근무와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자 회사나 학교 인근에 월세로 방을 얻은 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나 학교 가까이에 살 필요가 없는데도 매달 `생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세입자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집주인 몰래 숙박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가 늘자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는 `불법 숙박업 금지`를 알리는 경고문까지 붙었다. 이 안내문에는 "우리 건물은 업무용 오피스텔로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은 불법"이라며 "에어비앤비 숙박객이나 운영자는 관할 관청으로 신고 바란다"고 쓰여 있다.
한달치 월세라도 아껴보려고 집주인과 상의해 `초단기 전대차`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윤모(24)씨는 지난해 2월 학교 인근인 서대문구의 한 원룸을 1년간 월세 계약으로 얻었다. 당시만 해도 수도권에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으나, 이후 상황이 악화하면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됐다.
원룸을 비워둔 채 월세만 내던 윤씨는 지난해 12월 집주인과 협의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달 살기` 단기임대 매물로 원룸을 내놨고 지난달 계약이 성사됐다.
윤씨는 "작년 내내 학사일정이 불확실해 언제 다시 학교에 나갈지 몰라 집에 손도 벌려보고 아르바이트도 겨우 구해 월세를 충당했다"며 "종강하자마자 단기임대 매물로 내놨는데 운 좋게 한달치 월세라도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이 월세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불법으로 숙박업을 하거나 집주인 몰래 방을 제삼자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일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복 미소부동산연구원그룹 원장은 "임대차 계약서에 대부분 포함돼 있듯 일반적으로 1차 세입자가 임대인 동의 없이 집을 임의로 다르게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시 무상으로 거주하게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이를 사용해 돈을 받는 건 문제가 되고 이때 집주인은 적절한 금전적 보상이나 세입자의 퇴실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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