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택배 대리점입니다.
택배사 대신 택배기사를 고용해 문제가 있을 때 택배사가 뒷짐 지는 상황을 만들고, 중간에 수수료도 가져가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지난 28년간 택배 대리점을 없애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이어서 고영욱 기자입니다.
<기자>
택배 대리점은 보통 택배기사들이 만듭니다.
자신이 맡은 구역의 택배물량이 혼자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가족이나 마음이 맞는 동료 등을 고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형태입니다.
택배 대리점은 원청업체인 택배사로부터 일감을 받아오고 택배사를 대신해 고객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분류작업 비용을 떠안기도 합니다. 한 달 170만 원 가량이 드는 분류작업 아르바이트를 쓰면 택배사는 배송 건당 20원, 70만 원 가량을 보전해줍니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사가 아닌 이런 택배 대리점과 고용계약을 합니다.
소비자가 택배비 2,500원을 내면 택배기사에게 가는 몫은 800원 가량이고 이중 30원 정도를 대리점이 수수료 명목으로 떼 갑니다.
택배노조 안팎에서는 대리점으로 인해 고용하도급 구조가 만들어지고 수수료를 떼 가고 있어 택배기사를 과로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최근 택배사업에 진출한 쿠팡이 택배기사를 직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 참에 대리점을 없애는 것도 가능할 듯싶지만 실상은 간단치 않습니다.
월급제로 가면 물류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인터뷰> 택배업계 관계자
“회사랑 직거래해도 나중에 자기 구역에 물량이 늘면 자기는 그걸 포기하고 나가겠어요? 아니면 택배기사를 한 명 더 고용해서 쓰겠어요? (대리점은) 또 만들어지게 돼있어요.”
대리점주들은 각종 불공정거래 관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건 택배사와의 관계에서 철저히 `을(乙)`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A 택배사 대리점주
“회사 눈 밖에 나면 다음에 계약을 안 해줍니다. 그러면 제 밑에 딸려있는 식구(직원)들도 다 짤리는 거죠. 저희도 파리 목숨 같은 존재들이라.”
결국 대리점 자체가 아니라 이런 구조를 악용 하는 게 문제인 셈입니다.
<인터뷰>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지역현황은) 대리점주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고요. 사실 배달료 인상이 답인데 또 경쟁관계이다 보니까 어떤 업체가 일방적으로 배달료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올 상반기 중 택배산업 구조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에 착수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택배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소비자들도 배달요금 인상에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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