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질적 난제로 꼽히는 의료보험 분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뒤집기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소득층의 의료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처는 의료보험 가입을 위한 통합 웹사이트인 `healthcare.gov`를 활용해 특별 등록기간을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명 `오바마케어법`(건강보험개혁법·ACA)을 제정한 뒤 보조금까지 내걸고 보험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이 법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웹사이트 운영기간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보조금 지급도 까다롭게 하는 등 각종 제약을 가했다.
카이저가족재단은 이번 조처로 보험에 들지 않은 약 1천500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가 되살린 일명 `멕시코시티 정책`을 철회하는 지시도 내렸다.
이 정책은 낙태 지원 국제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규제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도입 방침을 처음 발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낙태에 대해 공화당이 반대, 민주당이 찬성 입장이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두 행정명령 서명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피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보험은 작년 대선 기간 인종 평등과 함께 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미국 내부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의료보험 가입자 확대를 목표로 했던 오바마케어의 강화냐, 축소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비용 구조에 세금 낭비라고 보고 이를 폐지하려 했다가 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사보험 다양화와 약값 인하를 추진하는 등 집권 기간 오바마케어 축소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정책이 의료보험 사각지대를 더 키우며 저소득층을 무보험 상태로 내몬다고 비판하며 오바마케어의 강화와 확대를 공약했다.
CNN방송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결코 마지막 조처가 아니라며 다른 많은 부분은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규칙을 뒤집거나 바꿔야 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법을 훼손하거나 맹점으로 지적된 현행 정책을 재검토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설한 근로의무 조건 등 `메디케이드` 등록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도 다시 들여다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의 경우 여야 간 입장차가 크고 의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오바마케어법은 현재 연방대법원의 위헌 심판대에 올라 있다. 이 법은 당초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미가입시 벌금 조항을 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벌금 조항을 사실상 사문화했다.
대법원은 과거 이 벌금이 일종의 조세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 결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벌금 조항이 사실상 없어져 합헌의 근거가 사라지는 바람에 가입 의무화 조항의 위헌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험 미가입시 벌금을 1달러 등 극히 낮은 금액으로 규정함으로써 오바마케어법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당초 법안이 벌금을 소득의 1%로 정했다가 직면한 저항을 해소하고 동시에 대법원 소송전에서 합헌 결정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지만,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보험 선택의 폭을 넓히고 보조금을 상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역시 의회의 관문 통과가 필요하다.
또 보험료가 소득의 8.5%를 넘지 않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이미 의회에 제안한 경기부양안에 포함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금이 낙태를 위한 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을 금지한 연방 규제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의회의 법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