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오픈 5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1조 클럽 가입 타이틀`을 거머줬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프라인 매장 침체`란 악조건을 뚫고 거둔 성과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지난해(2020년) 누적 매출이 직전 해(2019년) 보다 9.4% 늘어난 1조 74억 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15년 8월 문을 연 뒤 5년 4개월 만의 성과로, 국내 최단 기록이며 서울·부산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작년 현대백화점 전체 15개 점포 중 전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점포는 판교점과 압구정본점(전년대비 3.5% 신장) 두 곳이 유일하다.
이는 백화점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지표로, 판교점 매출 1조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올 하반기 이후 명품 브랜드 유치와 전층 리뉴얼이 계획돼 있는 데다, 주변 상권 개발도 예정돼 있어 판교점의 성장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도 판교점이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도권 `최대 규모`…연간 방문객, 타점포 2.5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영업면적(9만 2,578㎡, 2만 8,005평)을 기반으로 오픈 첫해 4개월 만에 영업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한 뒤, 이후 매년 5~10%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 이듬해인 2016년 매출이 7,250억 원인 걸 감안하면, 4년 만에 매출이 4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매출 성장의 원동력으로 MD 경쟁력, 핵심 소비층 보유 및 광역 상권 확대 등을 꼽았다.
판교점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피아제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강남 백화점에 버금가는 명품 라인업을 갖췄다.
또한, 축구장 두 배 크기인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1만 3,860㎡, 4,192평)에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0여 국내외 맛집과 식음료(F&B) 매장이 입점해 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 전문점 `이탈리(EATALY)`를 비롯해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 `몽상클레르`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된 해외 식당은 물론, 대구 유명 빵집 `삼송빵집`, 인천 차이나타운 맛집 `신승반점` 등 지역 유명 맛집도 들어서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만 2,600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았는데, 이는 전체 점포의 평균 방문객 1,000만 명을 2.5배 웃도는 수준이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명품 핵심 브랜드 유치 등 초럭셔리 전략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해 판교점을 수도권을 넘어 대한민국 넘버원 `쇼핑 랜드마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판교 `고소득층` 성장 견인…"명품 라인업 확대"
`경험을 팔아라`라는 콘셉트로 단순한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경쟁력인 `체험`을 강조한 점도 매출 견인의 비결로 지목된다.
점포 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의류 매장 40~50개를 입점시킬 수 있는 공간(2,736㎡, 830평)을 2개의 전시실로 꾸며 그림책 6,500권으로 채웠는데, 오픈 이후 약 75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분당·판교 지역의 소득 수준이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소비자들이 트렌드에도 민감해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판교점 VIP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용인·안양·수원(광교) 등의 지역에서 판교점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광역 상권 매출 비중도 오픈 첫해인 2015년 38.6%에서 지난해 55.3%로 늘어났다.
직선 3km 내에 위치한 제2테크노밸리에 기업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는 데다, 제3테크노밸리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어서 추가적인 상권 확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판교점은 하반기 이후 프랑스 주얼리 `부쉐론`,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 등 10여 개의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며, 핵심 브랜드 유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는 내년 오픈을 목표로 이르면 올 하반기에 착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명품 시계 `롤렉스`도 입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