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로 새해 벽두부터 시끄럽다. 특히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등장한 가운데 정치권까지 쟁점화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나서 LG 불매운동까지 벌이면서, 계약 당사자가 아닌 LG그룹 측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7일 현재 LG트윈타워의 두 건물을 잇는 1층 통로 공간에는 지난해까지 LG트윈타워 청소를 맡았던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 소속 노조원 20여 명과 노조단체가 벌써 22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LG트윈타워의 관리를 담당하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지난해 11월 청소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수아이앤씨 소속 청소근로자 82명에 대한 근로계약도 지난 12월 31일자로 끝났다.
에스앤아이 측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원들은 "에스앤아이 측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청소근로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 "부실한 서비스, 계약 해지는 당연한 수순"첫 번째 쟁점은 왜 재계약을 하지 않았는가다.
에스앤아이 측은 청소용역업체 교체의 이유를 서비스 품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청소 근로자 82명 가운데 노조 가입자가 47명에 불과했는데, 노조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트윈타워 입주사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도 전년도 대비 만족도 점수가 크게 하락해 청소 용역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정년 70세와 인사이동 사전협의를 요구한 것도 재계약을 해지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계약 해지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9년 10월 노조가 생긴 지 불과 1년여 만에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오늘(7일) 에스앤아이와 지수 등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에스앤아이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노조 설립된 이후에도 한 차례 재계약을 했고, 현재 관리 중인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 사업장도 노조가 있는 용역업체와 계약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용 유지하고 재배치" vs. "무조건 트윈타워 근무"두 번째 쟁점은 전체적인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는가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 새로 용역계약을 한 청소업체 두 곳이 전체적인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계약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지수아이앤씨와 청소근로자들은 `사업장과 계약이 종료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조항이 들어간 근로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은 "새로운 사업장을 맡았을 때 기존 인력 승계는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새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할 의무는 없다.
새로운 용역업체들은 서비스 품질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한 업체 인력을 그대로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새로 계약을 한 용역업체들 중 한 곳은 장애인 고용 사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스앤아이 측이 내놓은 고용유지 방안도 노조원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에스앤아이와 지수 측은 지난 5일 고용부 남부지청에서 열린 조정회의에서 `농성 중인 만 65세 미만 청소근로자 25명에 대해 출퇴근 편의를 감안해 다른 사업장에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며, 배치를 위해 대기하는 기간 동안 기존 임금의 100%를 제공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새로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가 고용을 승계해야 하고, 노조 와해를 이유로 트윈타워에서만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현재 농성 중인 20여명의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사측의 제안으로 다른 사업장에 전환 배치 되거나 통근이 어려운 경우 위로금을 받는 안을 수용했다.
○ "고용한 장애인들 어쩝니까?"…정치 쟁점화 `논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민주노총이 사태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번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LG가 전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LG그룹이 계약 당사자가 아닌 데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스엔아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새 용역업체 백상기업 측에 고용승계를 요청했지만 이미 신규 인력을 채용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 고용된 수십명의 장애인들과 신규 인력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상기업 측은 노조원들이 사무실 찾아와 협박과 폭력에 이어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