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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테크…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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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0년, 2020년대 세계 경제는 ‘뉴 노멀’로 요약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미래 예측까지 어려우면 ‘뉴 애브노멀’로 구별한다. 뉴 노멀 시대에 발생하는 모든 행위는 첫 단계인 정확한 원인 진단부터 어려워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2020년대 세계 경제는 ‘디스토피아’가 자주 발생해 예상치 못했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돼 왔다. 디스토피아란 토마스 모어가 인간 현실 세계의 이상향으로 제시했던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인 반(反)이상향으로, 사전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상황을 말한다.
두 가지 의미가 합쳐진 뉴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에 해당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유난히 초기 충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공포에 휩싸이고, 세계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한 것은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상황은 반드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1913년 설립 이래 가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입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중앙은행의 고유기능인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들릴 정도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세계 주가가 평균 50% 이상 올랐다. 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테슬라,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를 비롯한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비대면)관련 주가는 버블 논쟁이 일 만큼 많이 올랐다. 돈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주식을 통해 돈을 더 벌 수 있느냐’는 주가 앞날과 관련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두 가지 시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경기와 기업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제2 닷컴 버블 붕괴론’과, 다른 하나는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와 기업실적이 따라오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어느 시각으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주가 수준부터 평가해 보면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ER),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value Ratio, PB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고평가’됐다. 한국 바이오 업종의 경우 PER가 평균 200배가 넘는다.
2009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이 실물 경제를 반영(following)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leading)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각국 중앙은행도 자산 효과를 겨냥해 경기회복을 모색하는 통화정책이 상시화되고 있다. 제로(혹은 마이너스) 금리,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뉴 노멀’이라 불리는 이런 주식투자 여건에서는 지금 당장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주지 않더라도 미래에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무형의 잠재가치(최고경영자의 꿈과 이상도 포함)가 높게 평가되면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이야기 경제학’으로 정의했다.
주가는 과거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에 투자한 결과라는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고 오히려 더 맞을 수 있다. 월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주가평가지표로는 주가무형자산비율(Price Patent Ratio, PPR)과 꿈대비 주가비율(Price to Dream Ratio, PDR) 등이 있다.
신구 평가지표로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의 적정 주가 수준을 따져 앞날을 예상해 보면 구 평가지표로는 ‘하락’, 신 평가지표로는 ‘상승’이라는 엇갈린 결론이 나온다. 따져봐야 할 것은 구 평가지표의 주가 하락 근거인 경기와 기업실적 부진, 신평가지표의 주가 상승 근거인 미래 잠재가치는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 내부적인 요인이 있지만 경기와 기업실적이 좋아지면 미래 잠재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거품 논쟁이 거센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 하더라도 신구 평가지표에 따른 엇갈린 주가 전망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기저 효과 등으로 수익성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테크 관점에서 주식 이외 대체 투자수단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국가의 주식과 종목이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나라별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국 주식과 ’구 경제‘라 일컫는 전통적인 업종, 그리고 흑자 도산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의 주식을 주목해봐야 할 때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달러화가 많이 풀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경상수지적자 등을 통해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지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래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화를 사두면 안 된다고 추천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주목해서 바라봐야 할 것이 금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이다. 종전에 비해 대체 관계가 약화되긴 했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귀금속 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로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귀금속이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같은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과 고급주택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주목해야 한다. 거래절벽이란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주택을 내놓아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거래단위가 큰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주택은 거래량이 선행지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금융사가 운용하는 각종 부동산 펀드에 증거금 부족 현상인 마진 콜이 발생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을 응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해 놓았던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긴박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금리인하는 차선책이다. 코로나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다.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국민이 방역 관련 기본 수칙을 지키는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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