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탈리아에서 100명에 가까운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25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공개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 말까지 집계된 `페미사이드`(Femicide) 건수는 91건에 달했다. 대략 사흘마다 여성 한 명이 살해된 셈이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인(Homicide)의 합성어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되는 것을 통칭하는 용어다.
올해 전체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99명) 대비 다소 줄었으나 의미를 둘 만한 감소 폭으로 보긴 어렵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족 구성원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수가 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56명은 남자친구에게 희생된 경우였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령이 가정 폭력에 의한 페미사이드를 촉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봉쇄령으로 외출이 엄격히 제한됨과 동시에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3∼6월 사이 희생된 여성 26명 가운데 21명은 함께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였다.
2000년 이래 20년간 이탈리아에서 페미사이드로 숨진 여성 수는 총 3천344명으로 해당 기간 전체 살인 사건(1만1천133건)의 30%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여성 폭력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된 이날도 이탈리아에서 여성 두 명이 남편 또는 남자친구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은 도미니카공화국 군부 독재에 항거하던 세 자매가 1960년 11월 25일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 의해 살해당한 일에 기원을 두고 있다.
중남미 여성인권 운동가들이 1981년 이들 세 자매를 추모하고자 이날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정했고 1999년에는 유엔이 공식 기념일로 제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