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과 같은 극적인 대선이 치러지는 걸까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큰 나라,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현지시간 기준 오는 11월 3일 열립니다. 4년 전 대선을 경험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올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며 조심스러운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난히 복잡하고, 여론조사까지 믿기 어려워진 미국 대선, 서학개미들이 알아야 할 관전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①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 - 트럼프가 경합주만 공략하는 이유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을 뽑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뽑을 때 1번부터 번호순으로 후보가 적힌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당선시키지만, 미국은 유권자 2억 330만명을 대신해 대선 후보에 투표할 `선거인단`을 먼저 뽑는 구조입니다. 미국은 건국 초기 13개주만 있던 시기부터 각 주의 이해관계를 중재할 대표자, 즉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아왔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시를 대표해 투표할 사람 30명, 경기도를 대표해 투표할 사람 30명 정해놓는 겁니다. 미국의 전체 선거인단 수는 50개주에 2명씩 뽑는 상원의원 100명과 하원의원 수와 같은 435명, 특별구역인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 등 모두 538명입니다. 이 가운데 전체의 절반, 270명 이상의 표를 가져가는 후보가 다음 대통령 자리에 오릅니다.
그런데 미국 헌법 속 선거인단 제도에 함정이 하나있습니다. 바로 `승자독식(Winner take all)`.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29명 중에 15명이 바이든을 지지하면 나머지 14명도 지지 의사와 관계없이 다음 대통령은 `바이든`이라고 뽑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2016년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전국 득표율로 3%포인트 뒤지고도 선거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이 가운데 아리조나, 플로리다, 팬실베니아, 미시건,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이렇게 6곳은 선거 때마다 민주-공화를 오가는 `스윙스테이트`로 불리며 판세를 좌우해왔습니다. 선거인단 수가 총 101명, 약 1/5에 해당하는 표밭이 `경합주`로 묶여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주요 외신은 경합주 여론조사를 집중보도하고, 바이든-트럼프 모두 선거를 닷새 앞둔 지금 플로리아,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집중하는 겁니다.
② 조 바이든 보다 유명한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
올해 2020년 미국 대선은 사실상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틈을 파고들어 지지율을 끌어올린 상대가 민주당 `조 바이든`입니다. 만 29세에 정치에 입문해 오바마가 대통령일 때 부통령까지 지낸 정치경력 50년의 백전노장입니다.
72년에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큰 아들과 최근 이메일 폭로에서 문란한 사생활로 도마에 오른 헌터 바이든까지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끌어안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바이든 후보가 대권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두 번 도전했다가 떨어졌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만약 당선되면 만 78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되죠.
트럼프 만큼 고정 팬이 많지 않은게 약점인데 이를 메울 승부수, 바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차기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최초 흑인 여성 지방검사, 최초 흑인 여성 법무장관에 만약 당선되면 첫 흑인 부통령까지 오르게 되는 인권 차별의 벽을 넘어선 상징적 인물이 됩니다. 바이든 후보에게는 1970년대 인종차별적 정책에 동참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런 인물을 선택한 덕에 `러스트벨트`의 백인, 저소득층 남성을 기반으로 한 트럼프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③ 최대 변수 `우편투표` - 트럼프, 정말 불복한다면
선거가 바이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예측은 금물입니다. 돌발 행동을 일삼는 것 같지만 트럼프는 `정치 천재` 타고난 전략가죠. 이번 대선 결과를 뒤집을 만한 일에 만에 하나까지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미국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감염을 줄이기 위해 우편투표를 예년보다 확대해 시행하는데 신청자만 약 8,450만 명, 전체 유권자 2억 330만 명의 약 40% 수준에 달합니다. 이 대규모 우편투표 용지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11월 3일 자정전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면 하루 사이에 당선자가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 초기부터 “우편투표는 부정 가능성이 있다, 부정선거의 증거다”라며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데, 정말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 적어도 한 달간 전 세계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11월 한 달간 우편투표에 대한 재검표를 진행하고, 이 결과조차 수용하지 못해 12월 14일 선거인단이 실제 투표권을 행사 해야하는 날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마지막엔 연방대법원에서 당선자를 결정해야합니다. 얼마 전 미국의 진보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별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에이미 코니 배럿 교수를 재빠르게 후임으로 앉혔습니다. 대법원 내 공화당 인사가 6명, 민주당측이 3명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한 구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④ 움츠린 금융시장 - 미국 주식 팔고 기다려야 할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사례가 앞선 미국 대선에서도 있었습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엘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 투표 결과에 대한 재검표를 두고 맞붙어 결론을 내리기까지 한 달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이 기간 한 달 만에 S&P500 지수는 8.4%, 나스닥은 -22.33%, 우리나라 코스피도 같은기간 4.1% 하락했습니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만들어진 시점 이후 미국 대선이 있던 시기를 살펴보면 대선이 치러지는 매년 10월과 11월에 월간 기준으로 대체로 시장을 하락했습니다. 2000년 대선 당시에는 두 달간 -17.1%, 오바마 취임 전인 2008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터진 직후라 한 달 만에 -20%나 주가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4년 또는 8년 전체로 보면 시장을 늘 올랐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재임시점부터 재임 8년간 S&P500 상승폭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인터넷이 등장한 시기의 `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집권기간 미 증시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한국 주식시장만 살펴보면 조지 W. 부시 재임 기간 코스피는 1,500선을 넘어서 저점대비 최고 114%,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간 76%,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엔 미중간 갈등에도 경기부양과 통화완화 등 유동성이 풀린 덕분에 약 20% 상승했습니다. 주식 시장 하락시기에는 IT버블 붕괴, 2008년 리먼사태, 올해 코로나19 등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로 나옵니다.
미국 선거를 예측하기에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현재 미국의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당선되고 상원 다수당,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통합정부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되면 금융시장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많습니다. 바이든의 공약인 친환경 인프라, 에너지, 세금 인상과 대규모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걸림돌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라증권 등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그린뉴딜`과 맞물려 배터리 기업들과 수소 산업, 재생에너지 분야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바이든 집권과 공화당 상원, 트럼프 재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통신, 인프라, 테크 기업 등 수혜 기업에 대한 분석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지금 투자하고 있거나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 아직 서둘러 베팅하진 않아도 될 듯합니다. 선거 전후 시장은 늘 불확실했던 반면 당선자가 가려진 이후에 대체로 미국 시장도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11월 4일 아침에야 나올 미국 선거 소식을 기다리면서 천천히 투자 전략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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