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죽였다."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된 김 씨(36세)의 사망이 과도한 야간근무에 의한 타살이라는 비판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오늘(19일) 11시 30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연이은 사망 사건에도 왜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지 절박한 심정"이라며 "긴급명령을 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진택배를 두고는 "사인 은폐 및 조작을 하고 있다"라며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사망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모 씨는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 근무자로, 잠을 자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병원은 김 씨의 사인이 허혈성 심장질환이라 밝혔는데, 노조는 이것이 과로사의 대표 증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30대였을 뿐 아니라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다는 점도 과로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 한진택배 "지병 탓"…유족 "사실무근"
대책위는 고인이 아침 7시부터 배송을 시작해 새벽 2시는 물론 늦게는 4시 30분까지 배송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고인이 사망 4일 전 남긴 카톡에 따르면 동료에게 `집에 가고 있다`고 말한 시간은 새벽 4시 28분이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택배회사는 힘들면 물량을 줄이라 하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진택배의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대책위는 "사망에 책임이 있는 한진택배가 사과는커녕 `고인이 지병이 있었다` 라거나 `배송량이 200개 내외로 적었다`라며 고인을 모욕한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동생은 이 같은 회사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고인이 보낸 카톡에는 7일 420개를 발송했다고 알렸고, 대책위가 확인한 바에 의해서도 추석 연휴 직전에 300개가 넘는 물량을 소화했다.
김기완 진보당 공동대표는 "고인의 죽음 앞에서도 또 `갑질`을 하는 한진그룹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목소릴 높었다.
● "정부, `보여주기 쇼`·택배사 눈치 그만"
대책위는 한진택배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진경호 집행위원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업계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택배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시는 국민과 함께 규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를 두고도 "추석 연휴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한 허술한 점검과 관리·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추석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과로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결국 우려했던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장관은 한국통합물류협회 및 한진택배를 비롯한 4개 주요 택배사들과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심야배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것 역시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는 게 대책위의 판단이다.
지난달 17일에는 노동부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함께 `추석 기간 택배 종사자 보호 조치`를 내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도 "국토부가 매일 점검을 노동부는 현장지도를 약속했는데, 고인의 죽음 앞에 할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 "더 이상의 택배 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택배사들의 눈치만 보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