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중 상온 노출 사고로 접종이 중단됐던 만 13∼18세 이하 청소년 대상 독감 무료예방접종이 사업이 13일 재개되면서 접종 지정 의료기관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에는 오전부터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이 만들어졌다.
협회 건물 5층에서 시작된 줄은 지하까지 내려온 뒤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건물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체온을 확인했다. 열 화상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됐다.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곳곳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방문자들을 안내하던 협회 직원은 "접종 시작 직후에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 줄어든 편"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을 벌리다 보니 줄이 길어졌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독감 백신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최근 이어진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코로나19` 탓에 예방 접종의 필요성을 평소보다 크게 느꼈다.
아이 3명의 손을 잡고 접종 대기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최모(38)씨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예방접종을 서둘렀다"며 "백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봐서 불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아이 3명의 접종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국가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예방접종을 하러 온 이모(45)씨 역시 "정부가 백신에 이제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빨리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고 했다.
한편 독감 무료예방접종 기관으로 선정된 일선 병원에서는 사업 재개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백신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무료접종 의료기관 지정 병원은 `백색 입자` 문제로 만 13∼18세 이하 대상 백신들이 모두 회수된 이후 이날까지 백신을 다시 공급받지 못했다.
이 병원 원장은 "백색 입자 때문에 강남 일대에 지급된 백신들이 대부분 회수되는 상황"이라며 "무료 접종 대상자들이 백신 부족으로 유료 접종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병이 있는 유료 접종 대상자들이 맞을 백신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백신 회사와 대량 선계약을 한 건강관리협회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맞기 힘들다면 지방에라도 가서 맞으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 접종 재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