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여파로 투자자에게 신뢰를 잃은 사모펀드 시장이 건전화되기 위해서는 투자자 요건을 제한하고 상품 투자 권유를 과감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의 사모펀드 직접 투자를 막기보다는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재정비하고, 판매업자 입장에서는 모든 투자자에게 신의성실원칙을 지키는 것이 투자자 보호와 상품 선택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금융 선진국인 미국만 하더라도 사모펀드 개인 투자자 비중은 10% 내외로 5~6%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높다"며 "개인에게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하기 앞서 정보생산능력과 위험부담능력 면에서 기관투자자에 상응하는 자격 요건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 종류에 따라 순자산 부부합산 100만 달러 이상, 투자 잔액 500만 달러 이상 등으로 위험부담능력을 갖추거나 사모펀드 자문 경험이 있는 변호사, 금융자격증 보유자 등 전문가에게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전문투자자 외에 재산 상태나 전문지식에 관계없이 자격 요건을 최소투자금액(3억원)만 충족하면 투자할 수 있는 적격일반투자자 제도를 두고 있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면서 "최근 대규모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적격일반투자자로 추정된다"며 "해외 사례나 최근 환매 중단 사태, 적격일반투자자 요건의 불완전성 등을 감안하면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는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단순히 투자 금액을 상향하는 것이 아닌, 관련 자격증 유무나 종사자 위주로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질적 요건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투자 권유 규제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홍선 실장은 "현재 한국은 사모전문운용사에게 자산운용회사에 적용하는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동일하게 적용하면서도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업자에게는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개인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불리한 판매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구분없이, 투자자가 개인이든 기관이든 상관없이 투자 권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해외처럼 프라임브로커 연계 직판 채널을 도입해 신생 운용사의 트랙 레코드를 쌓고 검증되지 않는 상품은 자연히 도태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유형 중 혼합자산(헤지펀드)의 판매 비중을 보면 8월말 기준 증권사가 78%로 가장 높고, 은행이 12%, 기타 8% 등으로 제조와 판매가 명확히 분리된 한편 대형 금융회사 비중이 높아 불완전 판매 소지가 높다.
송 실장은 "지난 2015년 이후 신생 사모운용사들이 설정한 사모펀드들이 투자 전략에 대한 트랙 레코드도 없이 대형 채널을 통해 권유됐고, 이것이 대규모 환매 중단의 원인이 됐다"며 "직판 채널을 늘리면 스타트업 사모펀드들이 해당 투자 전략의 성과가 확인될 때까지는 대형 채널로 가는 통로를 막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성과가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된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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