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받는다.
정부의 규제와 서울시의 심의 보류로 민간 재건축 사업 진행이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는 공공재건축 수지분석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지난 9월 말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신청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공공재건축 수지분석을 신청한 것이 맞다"며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민간재건축 사업성을 분석해 조합원들이 공공재건축과 민간재건축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진위는 "이번 신청은 사전 컨설팅에 대한 것일뿐, 공공재건축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은 300~500%까지 완화하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용적률 완화로 늘어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기부채납 해야하고, 임대 물량이 급증하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참여를 이끌어 낼 유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재건축의 이점으로 공공기관(LH·SH)이 참여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협조로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다는 부분을 내세웠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3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 이후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이 거듭 서울시로부터 보류되며 사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가 6.17 대책으로 발표한 2년 실거주 의무제가 올해 말 시행이 예상되면서, 추진위 단계인 은마아파트 역시 이전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은마아파트가 동원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현재 용적률 300%로 재건축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400%까지 높이면 공급 가구 수가 7800가구, 500%까지 올리면 1만 가구에 육박하게 된다.
이번 사전컨설팅에서는 공공재건축 진행시 공사비와 일반분양가, 사업시행 후의 자산가치 등을 분석해 추정 분담금과 사업 수익률 등을 추산해 조합이 사업참여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번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에 총 15곳이 신청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다음달 선도 사업 후보지를 우선 선정하고, 이후 심층 컨설팅과 설명회, 주민 동의(소유자 3분의2 이상)를 거쳐 연내 최종 사업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조합 내 혼란·반발 극심…최종 선정까지 난관
은마아파트가 사전 컨설팅 결과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주민 반발이 크다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에서는 벌써부터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철회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긴급 시위에 나선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소유자협의회 등은 "이번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은 깜깜이로 일부 자문위원들끼리 결정했다"며 "무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서 미끼를 물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임기가 종료된 추진위원장이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했다"며 "관련해 은마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다른 재건축 조합에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조합 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진행은 결국 주민들의 혼란과 반발을 불러 일으켜 결국 사업 진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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