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내달 3일 서울 도심에서 일부 단체가 신고한 대규모 집회가 당국의 금지조치와 법원의 효력 인정에도 변형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경찰이 대응을 준비 중이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정오 기준 개천절 당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 1천316건 가운데 172건에 금지를 통고했다.
일부 주최 단체들이 법원에 집회를 열게 해달라며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했으나 법원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성을 근거로 금지 입장에 섰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힌 강경 대응 방침이나 법원의 판단에도 도심에 인파가 집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개천절 당일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과 동화면세점 앞에 총 1천2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한 `8·15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집회금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이 광화문광장으로 각자 와서 1인시위를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1인시위는 (집회 금지 통고와 별개로)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흠이 잡히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와 달라. 오전부터 자유롭게 와도 된다"고 했다.
1인시위는 사전 신고가 필요없고 국회 등 일정한 거리를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한 곳에서도 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상황도 원천봉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은 `1인시위`라고 하지만 `1인시위를 빙자한 불법집회` 시도로 판단된다"며 "비대위의 말 자체가 집회를 하겠다는 표현이고, 또 법원의 금지 결정이 나왔어도 사람들을 향해 모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판단에는 법률적 근거도 있다.
대법원은 2014년 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30m 간격을 둔 뒤 벌인 1인시위를 집회로 보고 주최자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2009년 울산지법은 서로 30∼70m 떨어진 사람들의 1인시위가 `순수한 형태의 1인시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간격이 멀어도 동일한 목적으로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1인시위는 집회로 볼 수 있다"며 "참가자들이 사전에 연락 등을 해 목적을 공유했는지도 중요한데, 비대위의 경우는 이미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직후 언론에 `1인시위를 할 테니 모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법원으로부터 함께 금지 결정을 받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비대위처럼 1인시위 형태의 차량시위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이 역시 같은 방침을 적용해 전면 차단할 방침이다.
경찰은 개천절 당일 금지 집회가 집중된 광화문 광장부터 서울광장까지 구간 곳곳에 경찰 버스 300여대와 철제 펜스 등을 투입해 집회 참가자 진입을 막을 방침이다. 주요 집회 장소를 사실상 `진공 상태`로 만드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위해 광화문·시청광장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통행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개천절에는 경복궁 등 주변 시설이 모두 휴관이고 인근 역에는 지하철도 정차하지 않아 굳이 해당 구역으로 들어갈 이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이나 직장 등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확인 후 지나갈 수 있다.
다만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소규모 야외 기도회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아직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은 단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회 현장에 다수 등장하는 유튜버 등이 개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들 역시 금지 구역에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고, 집회로 이어질 경우 신속히 해산 절차에 들어가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