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코로나19` 회복 후에도 여러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BBC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라제시 티와리(42)는 바이러스 확진 판정 후 중환자실 등에서 3주간 치료를 받은 후 회복했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회복 후 휴대전화보다 큰 화면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TV나 컴퓨터 모니터 등을 그를 공격하는 괴물로 여기는 것이다.
퇴원해 귀가한 그는 어느 날 TV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부수려 했다. 이후 가족은 TV 시청을 중단했고 집에서는 누구도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티와리는 "끝없이 삑삑대며 숫자들이 나타나는 중환자실의 모니터 이미지를 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트 샤르마(49)도 `중환자실 치료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18일간 머무는 동안 매일 같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봐야 했다.
샤르마는 "어느 날 내 주위의 두 환자가 숨을 거뒀는데 몇시간 동안 시신이 치워지지 않았다"며 "그런 이미지를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으며 아직도 코로나19가 나를 죽일 것 같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인 바산트 문드라는 "인도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많은 이들이 정신 건강 관련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 도착할 때 이미 뇌는 지친 상태인데 이후 병동의 아수라장이 환자의 감각을 압도해 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의료진이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가 의료진의 얼굴을 직접 맞대며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환자가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을 겪고 나면 우울증, 불안, 환각 등 정신적 외상 관련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도는 전반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이런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BC방송은 "인도는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해 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그나마 이런 시설도 대도시에 집중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보건·가족복지부 기준)는 이날 오전 502만359명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남부 케랄라주에서 지난 1월 30일 인도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30일 만이며, 400만명을 돌파한 지 11일 만에 100만명이 불어났다.
신규 확진자 수는 9만123명으로 집계됐다. 5일 연속 9만명대 기록 후 15일 8만명대로 줄었다가 이날 다시 9만명대로 올라섰다.
인도는 현재 미국(678만8천147명, 월드오미터 기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누적 확진자가 많은 나라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3만명대를 기록 중이라 인도가 지금 같은 추세로 확진자가 불어난다면 이르면 다음 달 말께 세계 최대 누적 확진자 보유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도의 누적 사망자 수는 8만2천66명으로 전날보다 1천290명 늘었다. 신규 사망자 수는 발병 후 최다 기록이다.
한편, 인도 정부는 전날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2·3상 임상시험 재개를 허용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8일 영국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원인 미상의 질환이 발견되자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 영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의 임상시험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가 영국 당국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백신 제조사 세룸 인스티튜트의 인도 내 임상 진행도 허가한 것이다.
인도 코로나19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