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노딜`(인수 무산)로 귀결되면서 항공업계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6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합병(M&A)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금호산업(지분율 30.79%)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약 37%)로 등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의 관리가 시작되면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아시아나항공의 조직 슬림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적인 수혈과 동시에 추후 매각시 매력 있는 매물이 될 수 있도록 경영 쇄신과 개선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제3자가 전문성을 갖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선의 80%가량이 운항을 중단하는 등 업황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차기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 의지가 없다고 보고 이번 주 중으로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 장관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2조원을 수혈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운명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당초 `통매각` 대상이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물의 몸집을 줄여 차기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중시되는 항공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자회사의 분리매각은 오히려 매물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규모의 싸움이어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분리 매각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다"며 "그럴 바에는 아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간판을 내리고 아시아나항공에 흡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LCC업계의 구조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각 항공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869%로 작년 하반기(353%)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진에어의 부채비율도 작년 하반기(267%)의 2배가 넘는 592%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1천883.2%로 작년 하반기보다 1천%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까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를 채 못 버티는 항공사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신생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국토교통부의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기다리는 상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신규 취항할 예정이지만 역시나 코로나 사태가 문제다. 작년 말 신규 취항한 플라이강원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황 교수는 "코로나로 전체 항공업의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M&A를 통해서든 퇴출을 통해서든 업계 안에 있는 플레이어(업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기만 하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항공 수요가 반등할 것은 확실하지만 그 시기까지 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못 버티는 소형 항공사들은 그사이에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과의 M&A 불발 이후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은 오는 7일 600여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총 98명의 직원이 희망 퇴직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420여명을 제외하고 남은 7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인력 감축을 해야 해당 직원들이 실업 급여나 체당금(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의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투자 의향을 나타낸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했다. 현재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 의사를 나타낸 곳은 기업 4곳과 사모펀드 등을 포함해 10여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후 예비 투자자의 회신에 따라 회계 실사 결과 등을 포함한 투자의향서를 발송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MOU) 체결 등 법정관리 신청 준비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재 출연과 정부·여당의 대책 마련, 기업해체 수준의 정리해고 명단 발표 중단 등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오는 9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안과 신규 이사·감사 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기 전에 소집한 임시주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