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의 대화노력을 언급하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엄중한 국면에 의료계가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처럼 국민에게 의사가 필요한 때가 없다"며 의료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코로나가 위중한 상황에서 의료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러차례 양보안을 제시했고, 합의가 이루어져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가 제안한 국회 내의 협의기구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와 필수 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그간 대한전공의협의회 측과의 대화 및 협의 과정을 공개했다. 이례적으로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의료계를 압박한 것이다.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정부와 국회, 범의료계 등 3차례에 걸친 협의에도 부결된 투표를 재투표하면서까지 집단휴진을 이어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법을 집행하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지도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의료계가 2차 집단휴진에 돌입하자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하루 뒤 27일에는 의료계 집단휴진을 `군인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에 빗대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은 더 이상 대화 노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