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 파는 플랫폼, 이대로 괜찮나?웹툰작가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하는 웹툰 `복학왕`의 여성혐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인터넷 실시간 방송 1인자인 아프리카TV는 욕설, 노출 등 BJ들의 일탈 행위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구독자 7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10대 출연진 앞에서 남성을 성 상품화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웹툰 작가, BJ, 유튜버에 이어 이들 콘텐츠를 내보내는 플랫폼 마저 심판대에 올랐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지만 대응이 플랫폼의 대응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들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금전적인 수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을 파는 플랫폼, 이대로 괜찮을까.
● `상사와 성관계 후 입사`…`여혐이다` 논란이번 웹툰 논란의 시작은 기안84가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이었다.
`복학왕` 304회 광어인간 2회에서 취업준비생인 여성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를 하며 배에 조개를 올려 깬다. 이후 직장상사는 봉지은을 채용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라고 말한다. 남자 주인공은 "잤어요?"라고 되묻는다.
이용자들은 웹툰에서 해당 장면이 봉지은이 직장상사와 성관계를 가져 직장에 채용 됐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기안84는 해당 웹툰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네이버는 기안84의 복학왕 이슈와 관련해 계속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복학왕` 연재 중단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1위 포털 `네이버`, 사회적 책무 다하지 않아"앞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 등 8개 단체는 지난 19일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이 서명한 복학왕 연재 중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은 여성이나 소수자에게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웹툰을 불이익 조처하도록 했다. 또 이용약관에 여성 혐오와 소수자 비하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네이버웹툰이 이용률 1위 포털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복학왕 이전에도 웹툰 `틴맘`·`배빵`·`아헤가오`·`뷰티풀 군바리` 등이 여성 혐오와 소수자 비하를 일삼았지만, 네이버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방조됐던 혐오할 자유를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연재NO` 국민청원 등장…11만명 동의비난 여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복학왕` 연재 중지 요구 청원글에는 25일 현재 11만 9,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요건은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이 청원인은 "이 작가(기안84)가 인기가 있는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웹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는 성관계를 해야 취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예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작가지만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웹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니터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 변화하는 흐름 등에 대해 교육하겠다"고 전했다. 웹툰 작가와도 더 심도 있게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복학왕` 논란을 계기로 모니터링과 이용자 의견 청취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수정이나 삭제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웹툰은 `창작의 영역`인 만큼 논란이 일었다고 수정이나 삭제를 강요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무법지대 `웹툰`…이용자 커지는데 규제無웹툰은 사실상 `무법지대`다. 드라마, 예능 등 방송 콘텐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대상이다. 그러나 웹툰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는 이를 심의할 외부 기관이 없다. 방심위의 심의 대상도 아니다. 각 사업자의 내부 자정시스템에 온전히 맡겨진 상황이다.
연령 등급도 자율적으로 정한다. 현재 웹툰에 표시된 "~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라는 문구는 만화가와 웹툰 작가로 구성된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규정한 `웹툰 연령등급분류를 위한 자가진단표`에 기반한다. 어겼다고 불이익은 없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간행물 윤리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내용 등급 서비스를 기반으로 내부 심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적인 정서가 변화함에 따라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심의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 여성BJ `성희롱 논란`인 아프리카TV 철구국내 인터넷 실시간 방송 1인자인 아프리카TV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TV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BJ철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BJ철구는 전역한 후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재개했다. 전역 후 첫 방송인 `철구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엔 37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리며 한때 접속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복귀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철구은 한 여자 BJ와의 합동 방송에서 "너무 제 스타일이다"며 "저를 불끈불끈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아드레날린 분비가 쏠리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해당 BJ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면서 방송 중에 "마이크를 끄라고요. 이 돌대가리 같은 X아"고 욕설을 했다.
BJ철구는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인터넷 방송에서의 `기행`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기초 수급자를 비하하고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폭동으로 분류했다. 또 장인어른을 삭발시키는 엽기적인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군 복무 중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도박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프리카TV BJ들의 논란은 철구만이 아니다. 아프리카TV 리그오브레전드 BJ로 활동 중인 저라뎃이 생방송에서 여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가 노출돼 논란이 됐다. 대회에는 `저걸보고웃노무현`이라는 용어가 담겼다. 이 용어는 일베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라뎃은 지난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동생이 CC기 걸고 형이 딜을 넣었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살인 사건을 게임 용어에 빗대 희화화했다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 "`저래도 되나` 싶은 콘텐츠도 제재 안해"아프리카TV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은 전체연령방송 및 연령제한방송 등에 빠짐없이 실시되고 있다"며 "운영정책을 위반하는 방송에 대해서는 주의, 경고, 강제 방송종료 등 단계별로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는 악성채팅에는 영구정지 조치를 취하며, 플레이어에 실시간 신고 기능을 적용했다. 24시간 이용자의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부적절한 게시물은 필터링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삭제한다. 방송제목, 검색, 닉네임 영역에서도 음란성, 불법성 금칙어를 등록했다.
하지만 아프리카TV를 시청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아프리카TV는 무법지대"라며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콘텐츠가 나와도 모니터링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시스템도 무용지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TV 시청자인 30세 박모씨는 "BJ들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더 과격한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며 "BJ가 받는 별풍선이나 광고 수익료를 아프리카TV에서 나눠 갖는 만큼 크게 제재를 안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여학생 앞에서 옷 벗고 "만져봐"…유튜브 논란유튜브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 구독자 77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에서 교복을 입은 10대 여성 출연자들에게 성인 남성의 벗은 몸을 보고 만지게 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유튜브 채널 `하이틴에이저`는 `10대 여학생들이 몸 좋은 남자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는 교복 차림의 10대 여성 출연자 3명이 상의를 탈의한 성인 남성의 몸을 일정 시간 바라보기, 가까이서 관찰하기, 윗몸일으키기 도와주기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제작진은 남성 출연자는 27세의 유튜버이며 여성 출연자는 16세, 18세로 모두 중학교나 고등학생 등 청소년이라고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청소년을 상대로 선정성을 부각한 성 상품화 콘텐츠라는 비판이 나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획한 건지 알 수 없다" "남녀 성별이 바뀌었다면 큰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는 비판의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차별화된 아이템이 없다면 인기나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일부에서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혈안이 돼 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어 관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표현의 자유`라고 무작정 용인해서는 안돼"전통매체와 다른 신생매체의 콘텐츠를 규제하기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다. 과거 TV 등 전통매체에는 성적 상상을 부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서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인 만큼 플랫폼은 더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판권을 판매하고, 각종 광고 수익 등을 작가와 나눠 갖는다. 아프리카TV 역시 BJ가 받은 별풍선과 구독료, 광고 수익을 공유한다. 유튜브도 유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광고 수익을 유튜버와 나눈다.
`논란`을 판다는 비판을 받는 플랫폼,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중들의 호응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도 공공성을 띄는 매체 가운데 하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서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유튜브 같은 신생매체 역시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과도한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매체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