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학기 수업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학가에서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앞서 등록금 부분 환불 방침을 발표한 단국대·명지대 등이 성적장학금을 없앤 예산을 등록금 환불 재원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자 다른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학교 측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2일 숭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성적장학금 없애고 등록금 10% 반환 상의 중이라는데 어떻게 된 거냐"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숭실대생들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학생들 사이에 "성적장학금이 폐지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년이라면 1학기 성적 입력이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성적장학금 대상자가 가려져야 하지만, 학생들이 학과 사무실에 문의하자 "성적장학금을 못 줄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일부 대학에서 학생 모두에게 등록금 환불 성격의 특별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성적우수 장학금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며 "등록금 환불을 검토하는 우리 대학도 같은 계획인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1학기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에 따른 절대평가 시행으로 성적장학금 대상자 선정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성적장학금 폐지 우려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등록금 반환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종운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성적장학금을 없앤 상태에서 등록금을 보상하는 것은 학생들 왼쪽 주머니에서 뺀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는 꼴"이라며 "장학비용이나 학생지원비용 삭감 없이 등록금이 보상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대학 본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중앙대 `에브리타임`에도 "이번에 성적장학금은 없는 거냐"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오며 학생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대 역시 현재 특별장학금 형태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등록금 반환 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만큼 성적장학금 지급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다음 학기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주축이 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지난 1일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전국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교육부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을 발표하면서 여러 대학이 등록금 반환 움직임에 가세했다.
건국대를 시작으로 단국대, 전북대, 한국해양대 등이 등록금의 10% 안팎에 해당하는 금액을 특별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반환하기로 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숭실대 등도 등록금심의위원회 개최 여부 등을 논의하며 등록금 반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조건부 지원인 만큼 각 대학에 대한 교육부 지원 규모가 불확실한 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일 "적립금이 1천억원 이상인 대학은 그 부분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대학 당국의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적립금이 많은 대학은 주로 캠퍼스 신축 등 건축자금을 모아둔 대학"이라며 "적립금은 학교 미래 성장을 위해 법적으로 정해진 용처에만 쓸 수 있는 금액인데 적립금만으로 학교의 빈부를 파악하려는 것 같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 가이드라인이 이미 10%로 나와 있어 예산을 최대한 절감한다고 해도 재원이 부족하다"며 "성적장학금을 폐지해 등록금을 반환하는 대학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만큼 재원 마련이 숙제인 상황"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