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애초 계획한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물 건너갔다.
딜 클로징(종료) 시점을 하루 앞둔 26일까지 현산과 아시아나 채권단 간 재협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는데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이다.
일단 해외 기업결합 승인 대상 6개국 가운데 러시아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현산과 채권단 간 재협상도 시작되지 않아 자연스레 인수 종료 시점이 연기되는 모양새다.
시장은 현산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단의 `대면 협상` 요구가 나온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현산 측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서면 협의를 얘기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대면 협상장에 나올 것을 현산에 촉구했다.
앞서 현산 측이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고 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현산은 `협상 과정의 근거를 남기려면 서면 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며 대면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협상 요구에 현산 측에서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현산, 금호산업 등 협상 주체들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인수 종료 시점은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산이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결국 채권단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협상도 하지 않고 인수를 포기하면 인수 무산의 책임이 고스란히 현산 쪽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상되는 2천500억원의 계약금 소송에서 현산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현산의 침묵을 재협상에서 다툴 세부 조건을 다듬는 `정중동`의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재협상에 나서기 전 내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놓고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협상에 들어가면 세부 조건을 놓고 채권단과 현산의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산이 2조5천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아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 지점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가를 낮추는 것은 자칫 특혜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