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표적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할인 행사에 나서자 관계부처 간 방역지침이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우려가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이달 4일부터 3주간 목∼일요일 사용할 수 있는 영화관 입장권 6천원 할인 쿠폰을 1인당 2매씩 선착순 배부하는 `극장에서 다시 봄`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영진위는 지난달 28일 이 행사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월 14일까지 수도권 지역 노래연습장, PC방 등에 영업 자제를 권고하며 공공 다중시설 운영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시점이다.
어쨌든 할인 행사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6∼7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32만명으로 직전 주의 배로 늘었다.
영진위는 그간 영화관에서 감염자가 나온 사례가 없었으며, 상영관 내에선 대화나 이동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11일 "상영관 내에서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좌석 양옆과 앞뒤를 띄우는 등 거리두기 방침을 지키고 있다"며 "상영관에 입장할 때는 발열검사를 하고 상영 이후 소독하는 등 방역지침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를 살려야 한다는 고심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여전히 단체 모임이나 밀폐시설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정부 기관 간 메시지가 혼란을 부른다는 의견이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장인 김모(29)씨는 "부처마다 이야기가 다르니 맘 놓고 영화관에 가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영화관 차원의 방역이 이뤄지는 건 알겠지만 혹여 집단감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가입한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창문도 없는 영화관 할인이라니, 담당 분야가 다르다고 해도 정부에서 두 가지 입장을 내면 국민은 어쩌라는 거냐"는 등 우려 섞인 반응이 올라왔다.
영화관과 함께 대표적 다중이용시설로 꼽히는 PC방 운영자들의 카페에는 "영화관도 이제는 할인 쿠폰을 뿌리며 고객 확보에 나서는 걸 보면 이래서 죽나 저래서 죽나 마찬가지라 열심히 영업을 안 할 수 없다"며 푸념하는 글도 있었다.
전문가들도 밀폐 공간에서 감염 위험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정책 일관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화관이 방역수칙을 지키고는 있으나 밀폐된 공간은 기본적으로 감염 위험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내에서도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데 영화 할인권을 배부하는 건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수도권 확진자 수는 올해 3월과 같은 수준인데 정부 부처나 국민이 느끼는 위험에 대한 감수성은 이전보다 약해진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화 할인권 배부 정책은 국민들이 현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