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일(현지시간) 북한의 남북 통신 연락 채널 단절 조치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 행보는 단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압박도 담겼다고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북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친 가운데 북한 변수가 미국 대선판의 악재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 차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국무부는 채널 단절이 위협 상태로만 있던 전날만 해도 "남북한 협력 지지", "비핵화 진전에 발맞춘 남북 간 협력"이라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미 국무부가 논평에서 북한에 대해 `실망`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이 표현은 작년 말 북한이 `성탄절 선물` 운운하며 대미 도발 엄포를 놨을 때 주로 등장했던 단어다.
당시 "뭔가 진행 중이면 실망할 것"(12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위협적 조처를 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12월 29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약속을 어기면 매우 실망할 것"(12월 31일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등과 같은 발언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도발을 가정해 한 말이었다면 이날 입장은 실제 북한의 행위에 대해 `실망`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게 차이점이다.
더군다나 시차가 있긴 하지만 북한이 한국 시간으로 9일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한 당일 국무부가 반응을 냈다는 점도 미국의 상황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런 태도는 북한의 조치가 외견상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향해 이뤄진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인식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협상 단절 속에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조치이자 이를 그대로 두면 북한의 공세가 북미관계로도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