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와 한 다리 건너 연결된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이미 지역사회에서 연쇄감염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과 서울에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관련해 3차 전파로 추정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감염이 가족, 지인 등에 2차 전파된 데 이어 클럽 방문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타인에게도 옮아가면서 `전파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인천에서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인천 102번)로부터 과외를 받은 쌍둥이 남매에 이어 이들 남매의 또 다른 과외교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쌍둥이 남매가 감염의 연결고리로 밝혀질 경우 3차 감염 사례가 된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코인노래방이 3차 감염경로로 지목된 사례가 나왔다. 이 코인노래방에는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한 감염자가 방문했는데, 같은 시간대에 코인노래방에 있었던 사람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 확진자에게 다른 감염 요인이 없다면 코인노래방에서 3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방역당국 역시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곳곳으로 침투해 `N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학조사에 속도를 내 확진자들 사이 감염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면서 이들 사이에 얽혀있는 전파 경로를 끊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빠른 조사와 접촉자 관리로 3차 감염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며 "1차 확진자를 찾고, 그들의 접촉자를 격리해 3차 전파를 차단하는 게 방역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4차, 5차 등 `N차 감염`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력이 큰 코로나19의 특성은 이런 연쇄감염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N차 감염은 감염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방역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클럽이나 주점에 다녀왔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회사에 출근하고, 이 회사의 직원이 코로나19에 옮은 사실을 모른 채 교회에 가고, 여기서 다시 전파가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회와 직장에서의 집단감염은 물론 교회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산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어디서 어떻게 확산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N차 감염으로 인한 파급력은 크다. 2차 감염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천 102번 환자가 과외와 별개로 근무 중이던 학원에서는 수강생 5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직장인이 근무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서는 지난 11일까지 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 간 전파는 연령을 넘나들며 감염자를 만들어낸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20대가 60대 아버지와 한 살배기 조카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부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동선을 따라 다른 지역 유흥시설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부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동선에서는 신촌 감성주점인 `다모토리5`, 강남 `블랙수면방`, 종로 낙원동 술집 등이 확인됐다. 유흥시설은 밀폐된 공간, 밀접한 접촉이라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쉽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으로 인한 N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에 감염자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클럽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여기저기 소규모 2∼3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조기에 발견해서 검사해서 격리하고 치료하는 조치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