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자를 찾는 `시간 싸움`이 시작됐다.
클럽 방문자는 젊은층으로 활동성이 높고 이동반경이 넓다. 이들이 감염된 상태에서 지역사회에 머무르면 빠르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위험이 있다. 얼마나 빨리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 규모가 결정된다.
코로나19는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약해 증상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클럽 방문자들의 자진신고와 이들을 찾아내는 역학조사 속도가 방역 대응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황금연휴 클럽에 방문한 5천여명 가운데 3천여명이 `연락불통` 상태다. 클럽 출입 때 방문기록을 적지만, 연락처가 거짓으로 적혀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가운데 성소수자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에 갔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방문자들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이들을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익명검사` 카드도 꺼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하도록 하려는 조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전날 오전까지 확인된 확진자의 34.8%는 `무증상`이다. 증상이 겉으로 안 나타나면 감염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기 어렵다.
이런 `신분 노출 회피`, `무증상 감염`이라는 변수 때문에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숨게 되면 코로나19는 확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높아 확진자들 중에는 가족, 지인, 동료 등에게 이미 병을 옮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오전까지 확인된 2차 감염 사례는 23명에 달한다. 이런 전파 양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3차, 4차 등 `N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염자가 늦게 발견될수록 확산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증상이 있는 직원이 확진 전까지 한 달간 출근을 하면서 166명이 감염됐다. 감염자 가운데는 콜센터 확진자가 방문했던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신도들도 포함돼 있다. 감염자에 오랜 기간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연쇄감염`이 일어나고, 다른 집단으로까지 전파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클럽발 집단감염 노출자를 찾아내 진단검사를 받게 해 확진되면 지역사회와 격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방역당국은 카드내역 조회,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태원 방문자들의 자진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클럽발 집단감염 규모가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는 노출자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확진자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있고 추적이 어려운 만큼 노출자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