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상당수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다.
유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그동안의 낙폭이 너무 컸던 영향이다. 통상 DLS 상품은 발행 시점 대비 50%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최근 WTI 선물 연계 DLS 10종의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한 건 씩의 원금 손실 위험을 경고했다.
지난해 8월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발행 규모가 급감했던 DLS는 연말부터 올해 국제유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전망과 달리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발행된 WTI 연계 DLS의 75% 가량이 하한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5,331억원에 달한다.
미상환 잔액이 9,226억원에 달하고, 아직 근소한 차이로 하한 배리어를 터치하지 않은 DLS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원금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한 번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기 전 기초자산이 기준 가격 이상으로 회복되면 원금 상환은 물론 약속된 수익률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WTI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DLS 만기가 대부분 1년 6개월 수준으로 짧은 만큼 현재의 원유 가격이 유지될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공급은 여전히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미국 지역 내 원유 저장설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유 선물 가격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만기일(21일)이 다가온 5월물 WTI가 `선물 만기 변수`로 전날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차월물(6월물)은 대체로 2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시장의 기대감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이미 선물 투자자들이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대로라면 결국 6월물 WTI도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 방향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6월물에 대한 풋옵션 미결제 약정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시장은 여전히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유가의 더딘 회복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되, 향후 콘탱고 상황을 고려한 적시적인 헤지전략이 요구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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