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촉발된 증산 경쟁으로 빚어진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미국도 감산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이 산유국 사이에서 감산 합의가 새롭게 성사된다면 미국 등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석유부 대변인실에 따르면 알갑반 장관은 이날 "새 감산 합의는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도 지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갑반 장관이 OPEC+ 소속 일부 산유국 석유장관(또는 에너지장관)과 전화 통화한 뒤 새로운 감산 합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OPE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적 증산과 맞물린 유가 폭락과 관련, 사우디의 제안으로 애초 6일 긴급 화상회의를 하려 했지만 9일로 미뤄졌다.
OPEC+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3월로 끝나는 감산 시한을 연장하고 감산량을 늘리는 안을 놓고 지난달 6일 모여 논의했지만 합의가 결렬됐다.
이에 사우디는 감산 시한이 끝난 4월1일부터 2월 산유량(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많은 일일 1천230만 배럴을 생산한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행했다.
사우디의 대규모 증산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감산 합의 결렬을 두고 사우디와 러시아는 서로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채굴 단가가 높은 셰일오일 산업을 보호하려면 유가를 높여야 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불화에 개입, 하루 1천만∼1천5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사우디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루 1천만 배럴은 러시아, 사우디가 각자의 산유량과 맞먹는 큰 양인 만큼 9일 OPEC+ 긴급 화상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이뤄지려면 미국 등도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알갑반 장관의 이날 언급은 OPEC+ 참여국 가운데 미국의 감산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첫 사례다.
노르웨이는 이미 OPEC+가 감산 합의를 성사하면 자체로 감산할 뜻을 4일 내비쳤다.
OPEC+는 지난 3년간 3∼6개월을 단위로 감산 합의를 연장해 공급 과잉인 국제 원유 시장의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유지했다. 이들의 감산 덕분에 미국은 감산하지도 않으면서 셰일오일을 증산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