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감기 증세를 보인 교황이 예방적 조처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과 사순절 `재의 수요일 예식`을 주례한 지난달 26일 밤 발열과 인후통, 오한 등의 감기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내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당일 수요 일반 알현에서 교황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아이들 머리에 키스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이 따뜻하게 맞았다.
수요 일반 알현은 통상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리지만 겨울철과 우천시에는 바오로6세홀로 장소를 옮긴다.
겨울철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수요 일반 알현도 원래는 바오로6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성베드로광장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겨울철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
교황은 당일 재의 수요일 예식에서도 간간이 기침을 하고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는 등 전형적인 감기 증세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유럽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황이 갑작스러운 컨디션 저하 현상을 보이자 깜짝 놀란 교황청은 당일 밤 급히 주치의를 불러 진찰하도록 했고, 이후 코로나19 검사도 했다는 것이다.
교황은 그러고 나서 관저로 쓰이는 `산타 마르타 하우스`에서 예정된 개별 알현을 제외한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
지난 1일부터 6일간 로마 인근 수도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사순절 피정(避靜)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사순절 피정은 부활절을 앞두고 고요한 곳에서 묵상·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으로, 교황이 이 행사에 빠지는 것은 2013년 즉위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코로나19 관련 질환을 앓는 게 아니냐는 억측도 제기됐으나, 교황청은 `가벼운 감기` 이상으로 볼 만한 증상은 없다며 부인해왔다.
올해로 83세인 교황은 모국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생활하던 20대 초반 질병으로 폐의 일부분을 절제해 평소에도 호흡기 쪽이 편치 않다고 한다.
바티칸 내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93)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특이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외부인사 접견을 자제하는 등 건강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구 1천명 남짓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로 꼽히는 바티칸 시국에선 이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어서고 바티칸 시국을 품은 수도 로마까지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며 교황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바티칸 박물관 등 명소를 찾는 방문객이 평소 대비 최대 60% 급감해 교황청 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