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자국민에 한국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과 대만, 일본 등 평소 인적 교류가 많은 국가가 잇따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하고 있어 관광, 숙박 등 관련 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지 이틀 만에 다시 조정한 것이다.
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유발된 호흡기 질환 발생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며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CDC는 세계 각국이 여행경보 발령에 많이 참고하고 있어 다른 국가의 여행경보 상향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CDC의 여행공지는 미국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여행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건 상황을 안내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인의 미국 입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CDC가 한국에 3단계를 적용한 것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도 25일 대구·경상북도 청도군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중국 전역에 적용한 것과 같은 `레벨2`로 상향하고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도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국외 여행지 전염병 등급을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호주는 지난 23일 대구·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두 번째로 높은 3단계(총 4단계)로 올렸다. 대구·청도를 제외한 한국 전역에 대한 경보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했다.
뉴질랜드도 호주와 같이 대구·청도 3단계, 한국 전역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24일 여행경보를 가장 낮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했다.
폴란드는 총 4단계의 여행경보 중 한국을 2단계(특별주의)로 분류했으며 주한폴란드대사관은 한국 여행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바레인, 베트남, 이탈리아, 독일, 필리핀, 싱가포르 등도 한국이나 대구·청도 지역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무조건 격리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한 곳은 총 24곳이다.
나우루, 키리바시,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모리셔스, 사모아 등 7개국과 홍콩은 한국 방문 14일(나우루는 21일) 내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대만, 마이크로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투발루, 태국, 영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즈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오만, 카타르, 우간다 등 13개국과 칭다오, 마카오, 미국령 사모아 등 16곳은 검역을 강화하거나 입국 즉시 격리하는 등 입국절차를 더 엄격하게 했다.
다만 외교부의 명단은 상대국 정부와 공식 확인 등을 거쳐 공지하기 때문에 현지 공관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조치와 다소 시차가 있다.
몽골 정부는 지난 23일 대한항공을 타고 몽골에 입국한 국민 중 대구 거주자 6명을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몽골 국립감염센터로 이송했다.
솔로몬제도는 한국을 비롯해 발생국에서 출발한 자는 도착 전 14일간 발생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 23일부터 한국 입국자의 건강 상태를 14일간 모니터링하고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강화된 검역을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작은 섬나라나 중동 지역 등 보건 역량이 취약한 곳에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지만, 국내 감염증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더 많은 국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