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29번째, 30번째 확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상 발현 후 확진 전까지 병원 여러 곳을 동행한 것으로 확인돼 병원 내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는 이달 5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16일 확진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병원 3곳을 총 9차례 방문했다.
서울시 종로구 신중호내과의원을 두 차례(5·7일), 강북서울외과의원을 여섯 차례(5·8·10·11·12·15일) 찾았다. 15일에는 강북서울외과의원을 갔다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는데, 이때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다음날인 16일 양성 판정을 받고 확진돼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기간 약국도 2곳을 총 4차례 찾았다.
수차례 병원을 방문했는데도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병원 내 전파 위험이 커진 상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 환자는 과거 외과적 처치를 받은 경험이 있어 2016년부터 강북서울외과의원을 다녔다"며 "방문 당시 마른기침, 몸살 기운 등이 있긴 했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질환에 대한 치료가 방문의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된 증상이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었다"며 "아직은 중국 등 해외여행력을 바탕으로 역학적 연관성을 따지다 보니 의심환자로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9번 환자가 방문한 병원은 모두 소독을 마쳤다.
30번 환자(68세 여성, 한국인)는 남편인 29번 환자의 강북서울외과의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진료에 동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달 6일께 증상이 발현된 후 8일에는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이 환자가 머문 공간을 소독하고 담당 의료진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의료계에서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수차례 병원을 드나들면서 원내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병원의 특성상 감염병이 확산했을 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의료기관 감염 예방과 취약시설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등 지역사회와 의료기관 감염 차단에 집중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감염이 주된 전파 경로였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병원 감염에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더해져 방역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확진자가) 기존 의료 시스템에 섞이면 병원 감염으로 이어져 중증 사태로 갈 수 있으므로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번, 30번째 확진자 동선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