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진 전 자가격리 상태에서 처제네 집으로 이동해 가족 여러 명과 식사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식사를 함께한 사람 가운데 1명이 감염됐고, 나머지는 아직 발열 등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자가격리 수칙 준수 여부 확인은 격리자의 답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15번 환자(43세 남성, 한국인)는 이달 1일 처제네 집으로 가 점심 식사를 함께 식사했다.
당시 15번 환자는 다른 확진자(4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상태였다. 처제는 식사 후 나흘 뒤인 5일 20번째 환자(42세 여성, 한국인)로 확진됐다.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 15번 환자는 4층, 처제는 3층에 산다.
식사 자리에는 처제 말고도 다른 가족들도 있었는데, 몇 명이 함께 식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식사를 함께한 가족은 모두 15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15번 환자의 접촉자는 이날 기준으로 총 15명이며 이 가운데 12명이 격리 중이다.
15번 환자는 식사 전인 오전 10시부터 증상이 시작됐다. 식사 후 오후 3시께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15번 환자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처벌을 할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15번 환자와 20번 환자가 (같은 건물에서) 공동생활을 했기 때문에 엄격하게 자가격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상황 같다"며 "처벌을 한다면 (중대본이) 고발을 해야 하는데 (당시 접촉) 상황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면 벌금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국회에서는 처벌 수위를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의 자가격리 대상자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격리자 관리는 행정안전부가 전담하고 있다. 격리자마다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매일 유선으로 발열과 호흡기증상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고 있는지도 확인하는데, 격리자의 답변으로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이다. 격리자가 거짓으로 답변해도 적발하기 쉽지 않다.
격리자는 격리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격리 장소에서도 `혼자 식사하기`, `빨래 따로 하기` 등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격리자 가운데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외부활동을 해 고발된 사례가 2건 있었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 때는 (자가격리 지침 위반으로) 2명 정도가 고발됐다"며 "이 가운데 1명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격리자 관리를 위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앱은 3월 중순께나 시범 사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자가격리나 역학조사 등 방역 활동에 국민 도움이 절대적인 상황"이라며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사회 모두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라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