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이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70대 고객을 공격형 투자자로 둔갑시켜 원금보장도 안 되는 펀드상품에 가입시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신한은행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팔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제대로 된 상품설명이 없었던 것은 물론 서류내용을 바꿔친 정황까지 확인됐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직장인 A씨는 요즘 생업에서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70대 아버지가 신한은행에서 “원금 손실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디트인슈어드 펀드에 2억5천만 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A씨 / CI펀드에 가입한 70대 고객 아들
“저희 아버지는 평생 예금 적금 외에는 해보신 적이 없는 분이신데, 이거는 은행에서 금융기록을 조회해보면 당연히 확인할 수 있는데 (파생상품투자경험) 3년 이상이라고 체크해놓고.”
고령투자자의 경우 가족 등 조력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는 지 여부를 체크하도록 돼 있는데, 은행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원하지 않는다”에 체크해, A씨는 아버지가 이런 상품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신한은행에서 같은 상품에 가입한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비슷한 수법에 당했습니다.
<녹취> B씨 / CI펀드에 가입한 고객
“상품위험등급이 3등급인 것에 대해 임의로 체크해도 되나요.”
<녹취> 신한은행 직원
“원래는 고객들의 정보를 받아야죠. 가입에 동의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체크한 것 아니잖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다보니까 생략된 것 같습니다.”
B씨가 더 배신감을 느끼는 건 라임운용이 작성한 상품 안내서엔 원금손실위험 설명이 들어있지만, 신한은행이 B씨에게 준 안내서엔 이런 내용만 쏙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펀드 자금이 원래 목적인 무역 관련 채권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얘기는 아예 듣지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B씨 / CI펀드에 가입한 고객
“저희가 라임을 알고 돈을 맡긴 게 아니잖아요. 신한은행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은행인데 신한에서 파니까. 가입당시에도 원금보장된다는 메일 보내주면서 안심시키고.”
이들 피해자 모두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6월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판 라임의 크레디트인슈어드 펀드는 은행권 전체 판매액 2,900억 원 중 2,700억 원에 달합니다.
신한은행은 고객들로부터 판매수수료 1%를 받아갔지만, 자신들도 라임운용에 속은 것이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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