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두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박빙의 승부수 끝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가까스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단숨에 1위로 도약하며 `백인 오바마` 돌풍을 몰고온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선두를 내줬지만 샌더스의 텃밭에서 턱밑까지 추격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3위로 치고 올라오며 뒷심을 발휘한 가운데 아이오와에서 4위로 체면을 구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5위로 한계단 더 추락, 대세론에 큰 타격을 입었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이날 오후 11시20분을 전후해 뉴햄프셔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12일 오전 25분께 95% 개표 결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26.0%로 1위를 차지했고, 부티지지 전 시장이 24.4%로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9.7%로 3위를 차지했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9.3%로 4위에 그쳤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4%에 그쳐 5위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득표율 15%에 못미치는 워런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의원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아이오와 석패의 아픔을 딛고 1위에 올라 `아웃사이더 돌풍`을 재확인하며 설욕했지만, 텃밭인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신승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2016년 당시 뉴햄프셔에서 60.40%의 득표율을 기록, 37.95%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2.45%포인트의 큰 격차로 따돌리며 완승한 것에 비하면 표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아이오와에서의 첫 깜짝승리를 발판으로 바람을 이어가며 차세대 대표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텃밭에서 체면을 살렸지만 `아웃사이더 돌풍`이 예전만 하지는 못하다는 점을 실감하며 `긴장감 있는 승리`를 거머줬고, 부티지지 전 시장은 `적진`에서 거의 동률에 가까운 선전을 보이면서 `지고도 이긴 승리`를 한 셈이 됐다.
뉴햄프셔는 인구 135만명의 작은 주이지만, 지난 3일 경선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아이오와와 함께 초반 판세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승부처로서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혀왔다.
1952년 지금같은 방식의 프라이머리가 뉴햄프셔에 도입된 이래 당선된 12명의 대통령 중 이곳에서 1위를 놓친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2000년 조지 W. 부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3명이었다.
코커스 방식으로 치러진 아이오와 경선이 사상 초유의 개표 지연 사태 속에 결과 재확인 작업을 거치는 등 공정성 시비까지 얼룩진 가운데 무당파까지 참여하는 `열린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중요성은 표심의 왜곡을 줄인다는 점에서 그 비중이 더 커졌다.
이번 경선 결과에는 40% 가량의 무당파 표심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중도 성향 후보들이 2,3위에 포진하는 등 중도표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주자들은 이제 14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3월3일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초반 판세의 분수령이 될 이달 22일 네바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햄프셔 경선 직후 대만계 사업가 앤드루 양과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이 이날 중도사퇴한데 이어 흑인 대선주자였던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12일 사퇴할 예정이라고 미 CBS 뉴스가 보도했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 후보가 8명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이들 모두 백인이어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