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우한 등 중국 후베이성 도시들에 대한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통해 암울한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29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 등 봉쇄된 도시의 시민들에게는 SNS가 외부로 소식을 전하는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질병 관련 공식발표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우회해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평소 유튜브에 제품 리뷰나 여행 관련 영상을 올리던 뤄빈씨는 `우한 폐렴` 발병 후 우한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올리고 있으며,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하고 있다.
뤄씨는 최근 올린 영상에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전날(24일) 도시 봉쇄로 물건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아침부터 슈퍼마켓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던 내용을 담았다.
그는 "올해는 춘제 축하 분위기가 없었다. 새해가 아니라 시련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아무도 새해 인사를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모두가 병에 대해 걱정하다 보니 다른 데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뤄씨는 다른 영상에서 "중국 국내 플랫폼에는 영상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질병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우한 거주 유튜버 타오지궁 씨도 `우한 폐렴` 확산 후 영상 조회 수가 수십만회에 이르는 깜짝 유명세를 탔다고 SCMP는 전했다.
타오씨는 최근 영상에서 비닐봉지로 신발을 감싸고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는 등 자신이 외출하기 전에 하는 준비작업들을 소개했다.
그는 다른 영상에서 "잠복기가 14일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가족이나 내가 감염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우한 지역 영상을 올리는 천추스 변호사는 최근 `우한 폐렴` 발병지로 의심받고 있는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을 둘러보면서 "내가 살아서 집에 돌아가면 그 자체가 승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플랫폼 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 플랫폼에서도 현지 상황을 전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사람들이 `봉쇄도시 일기`(封城日記)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글을 올리며 현지 사정을 공유하고 있다. 또 `우한 화이팅`(武漢加油)을 외치는 응원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우한에서는 넘쳐나는 환자들로 의료시스템이 마비되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병원 복도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옴짝달싹 못 하는 영상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병실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환자들을 수용·격리하기 위해 훠선산 병원과 레이선산 병원 등 응급병원 2곳을 건설 중이다.
총 2천300개의 병실을 포함한 이들 병원 공사는 다음 주 완공을 목표로 속도전 중이다.
SCMP는 중국중앙(CC)TV가 앱을 통해 병원 건설 현장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28일에는 동시접속자 약 1천800만명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진=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