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맨 손으로 재계 5위 기업을 일궈낸 유통업계의 거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로 별세했습니다.
신 명예회장은 1세대 창업주 중 마지막까지 일선에서 활동한 최장수 CEO인데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경영의 끈을 놓지 않은 집념과 두 아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4시 29분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로써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등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신 명예회장은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자산규모 100조원,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시킨 자수성가형 기업가입니다.
특히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자원이 빈약한 한국은 관광을 키워야 한단 신념으로 국내 호텔 브랜드 최초로 해외진출을 하는 등 관광 산업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숙원사업이던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이 같은 뜻을 바탕으로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것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고인의 꿈이 실현된 겁니다.
남다른 카리스마와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롯데는 식품과 유통, 화학으로 그 영역을 넓히며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고인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했던 신 명예회장이 후계구도를 제 때 정리하지 못하면서 아들 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났고 90대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고령 때문에 법정 구속되는 수모는 겨우 면했지만, 재계 5위의 기업을 일군 '재계 거목'에게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됐습니다.
마음고생을 하던 신 명예회장은 끝내 두 아들의 화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