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급사 CJ E&M 등이 오스카 캠페인에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위한 캠페인이었다면, 이제는 수상을 위해 전력 질주에 나서는 것이다.
`기생충`은 다음 달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8천여명이 참여하는 수상작 투표는 이달 30일부터 시작돼 다음 달 4일 마감된다.
이에 따라 봉 감독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등은 미국 현지에 머물며 남은 기간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는 한편,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표심잡기에 나선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회원 일부가 참여한 미국 4대 조합상 후보에 올랐다.
그런 만큼 봉 감독은 오는 18일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 시상식을 비롯해 19일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 25일 미국감독조합(DGA)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에는 오스카 후보자들을 초청한 오찬도 예정돼있다.
강행군은 다음 달까지도 이어진다. 2월 1일에는 미국작가조합(WGA) 시상식, 2일에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8일에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가 열린다. `기생충`이 모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시상식이어서 봉 감독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아카데미 시상식 때는 부문별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을 보인다.
봉 감독과 곽 대표는 물론 각본상 후보에 오른 한진원 작가, 편집상 후보인 양진모 편집 감독, 미술상 후보에 오른 이하준 미술감독, 조원우 세트 디자이너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봉 감독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순간,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이기도 한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기생충`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칸영화제에 참석해, 공식 석상에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CJ그룹 문화 관련 계열사 경영을 맡아 영화와 방송, 음악, 뮤지컬 등 국내 대중문화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때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2014년 10월 돌연 미국으로 떠났고, 해외에서 활동해왔다.
CJ ENM 관계자는 "아직 아카데미 시상식에 누가 참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주최 측으로부터 몇장의 초청장을 받았는지는 대외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CJ ENM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한국 후보로 확정된 시점인 지난해 8월 말부터 해외 배급사 네온과 함께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캠페인을 전개했다.
아카데미 회원 대상 시사회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진행했고, 미국 감독 조합 등 영화계 직능 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를 통해 `기생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빈번하게 이뤄져 아카데미 캠페인 전담팀이 조직 내 상설로 있지만, `기생충`은 한국 최초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할 수밖에 없었다고 CJ ENM 측은 전했다.
오스카 캠페인은 예산과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모두 결합해야 하는 작업이다. 특히 상당한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다수 부문 후보에 오르고자 하는 영화의 경우 유권자에게 대접하기 위해 2천만∼3천만 달러(348억원)를 쓴다"면서 "특히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가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작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탄) 넷플릭스의 `로마`는 오스카 캠페인에 최소 2천500만달러를 썼다"고 보도한 바 있다.
CJ ENM 측 관계자는 "캠페인에 얼마를 썼는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 "해외 작품들보다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