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정제설비를 증설하는 속도가 수요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유의 과잉공급이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송민화 기자입니다.
<기자>
중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원유 정제설비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유 업계는 이들 지역의 정제설비가 완공되면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평균 5%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5년까지 세계 정제설비 증설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이 660만 배럴, 중동은 240만 배럴 등 하루 평균 970만 배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반면, 전기차나 수소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세계 석유 수요는 연평균 1.5% 증가하는데 그치고, 석유 수요 증가분도 하루 평균 50만 배럴 수준으로 예측되면서 과잉공급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유업계와 석유협회 관계자들은 “시장 수요와 상관없이 정제설비를 늘리는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정유 시장의 ‘치킨게임’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유 업계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미래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석유제품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을 업계에 재투자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유승훈 /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우리나라 석유제품에서 상당히 많은 세금을 정부가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미래기술, 예를 들면 천연가스 개발이라든지 수소에너지 개발이라든지 이산화탄소로부터 수송용 연료를 뽑아내는 기술이라든지 이러한 미래 신기술,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 대폭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맞춰 수요가 늘어나는 남방 국가로 석유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출해 우리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세계 정제마진이 내년까지 배럴당 1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25년 이후 5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정유 업계 스스로 현실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업계는 내년 1월부터 선박 연료의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IMO 2020’ 시행에 맞춰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등 발 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