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 증가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위기 우려가 커져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의 속도 조절 등 건강보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19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총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보험, 지속가능한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경총은 이날 국회예산정책처 발표를 인용해 건강보험이 급격한 보장성 확대 결과 2024년 20조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이 모두 소진되고 누적 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의 3배에 달하고 OECD 36개 회원국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보장성 확대 정책을 강화한 결과 머지않아 과도한 국가 재원이 의료부문으로 투입되면서 성장잠재력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재정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인 인구 증가로 건강보험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비용을 충당하려 2023년까지 매년 3.2%씩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하려 한다"며 "이 정도로 재정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저성장시대에 국민과 기업의 부담 여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보험료 수입총액의 약 43%를 책임지는 기업의 부담도 크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날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의료비 지출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보장성 강화대책 속도를 대폭 완화하고 의료비 지출을 적정수준에서 억제하는 등 건강보험 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무엇보다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를 해소해야 한다"며 "민영 보험시장을 활성화하고 의료비 절감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2010년 OECD가 우리나라 보건의료 개혁을 위해 제시했던 포괄수가제 확대, 약제비 절감, 주치의제도 도입 등도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도 비슷한 우려와 대안이 제기됐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단기간에 보장성 확대가 계속돼 계획 종료 시까지 전체 의료이용량 예측 어렵다"면서 대형병원 쏠림현상 완화를 위해 전국 권역 병원 신설 등 4단계 의료전달체계(의원-병원-상급종합-전국권역)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성인 연세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변화에 대응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와 개인별 평생 건강계정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란 `기본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필수 의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민간보험이 담당하며 그 이상의 부가서비스는 민간 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장석용 을지대 교수도 건강보험의 막대한 재정 운영 규모를 고려할 때 국회의 사전통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