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은 2019사법연감을 통해 민사, 가사, 형사 각 분야의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 한 점은 형사사건은 감소했고 가사사건은 그간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증가세로 다시 회복했다는 점이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법조인들은 합의 이혼이나 조정이혼을 통해 쉽게 좁혀지지 않는 이견으로 소송까지 번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좁혀지지 않는 이견의 원인에는 이혼재산분할, 위자료 등의 주요 쟁점에 따른 것으로 꼽고 있다.
잘 살아보자 약속했던 그 날을 뒤로 하고 이혼으로 치닫게 된 이유야 가정마다 다 다르고, 또한 이혼 방법이나 이혼에 따른 법률 분쟁의 쟁점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양상으로 불거지는 문제 중 이혼 재산분할은 이혼 소송을 풍전등화 상태로 치닫게 하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것 이다.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분할을 뜻하는 이혼 재산분할은 혼인기간, 재산 유지 및 증감에 기여한 정도가 주로 고려되며 대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는 `혼인기간 공동으로 증감하게 된 직접 재산과 간접재산`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청주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직지의 윤한철 변호사는 "과거 이혼 재산분할 대상을 선정할 때에는 혼인기간 내 형성한 재산에 관한 사항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판결의 동향은 `기여도 입증`의 중요성이 깊어짐에 따라 상속 또는 증여를 통해 받은 특유재산이나 분할연금은 물론 공무원 연금에 대해서도 기여도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분할연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혼재산분할의 범주에 넣어 다퉈왔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5월 기준으로 이혼 후 상대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누어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가 무려 3만 590명으로 집계 됐다고 밝혔다.
분할연금의 주 목적은 육아 또는 가사노동으로 미처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던 배우자 일방의 기여도를 인정하며 이와 동시에 노후 소득에 대한 일정 수준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수급 금액이 많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기여도 인정 범위`에 관한 하나의 규정을 만든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할연금제도를 모두가 활용할 수는 없다. 분할연금제도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것.
윤한철 변호사는 "분할연금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혼인 기간이 5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하며 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이혼한 배우자와 자신도 연금수급 연령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신청 시기가 신청자격을 갖춘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여서 실질적으로 이혼 한 이후 잊어버릴 경우 신청을 놓치는 경우가 잦아 선 청구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선 청구 제도를 통해 신청하게 될 경우 혼인기간 5년 이상, 이혼 후 3년 이내에만 청구하면 수급 연령 개시 시 연금수급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여기서 규정하고 있는 혼인기간은 별거나 가출로 인해 사실상 혼인 관계의 공백이 생겼다 하더라도 법률적 혼인관계가 존재했다면 별거 또는 가출 기간도 혼인 기간에 해당하므로 분할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실종기간이나 거주불명일 경우에는 혼인기간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별거 또는 가출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의 합의 유무에 따라 제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혼인 기간에 대해 자신의 법리적 주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혼은 상대방에 대한 결별을 의미하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가는 창구로서의 의미도 있다.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다툼은 비단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이 올라서기 위해 촉각을 세우는 심리전이 아니다.
상호간 큰 다툼 없이 원만한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 및 법리의 이해나 판례에 대한 해석 등 법적 지식을 필요로 하며 이에 관한 부분은 상담 및 자문을 통해 변호사의 조력을 십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