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미국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어, 그동안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진 미·이란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과 관련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북한의 괌 기지 타격 엄포 때에도 `locked and loaded`란 표현을 사용해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이 공격을 일으켰다고 사우디가 생각하는지, 우리가 어떤 조건 하에서 진행할지 등에 대해 사우디로부터 소식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며 단서를 달았다.
미국으로서는 언제든 군사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사우디가 드론 공격의 범인을 확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이번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고, dpa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복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올리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아직은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진 않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국은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위성사진 판독과 수집된 각종 정보가 이란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모든 국가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명백하게 이란의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격받은 사우디 시설의 개수와 드론이 시설을 타격한 각도 등에 근거할 때 드론이 예멘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은 낮고,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CNN에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시설이 19곳인 반면 후티가 보유한 드론은 10대에 불과하다며 "무인기 10대로 19개 표적을 타격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위성사진을 보면 피습 시설은 한결같이 시설의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며 "(사우디의 남쪽에 위치한) 예멘에서 그렇게 하기는 다소 어렵다"라고 말했다.
AP통신도 미 정부 관리를 인용, 위성사진과 각종 첩보는 드론이 예멘에서 발사된 것이라는 후티 반군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공격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는 미국 정부의 언급에 대해 "그런 헛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고 AP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 수위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지난 5월부터 핵 합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양측은 강 대 강 대치를 해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특히 지난 6월 20일 이란 남동부 해상에서 미군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1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대공방어 미사일로 격추했다.
미국은 당일 3곳의 타격 지점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으로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작전 실행 10분 전에 이를 중단시켰다고 다음 날 트위터에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