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중소벤처기업들은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대기업이 선뜻 사주지 않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토로합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일본산만 쓰도록 규정을 정한 탓에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납품 중소기업은 과거 대기업이 품질관리와 양산 시스템 문제를 빌미로 개발한 부품을 사주지 않아 미국에 법인 설립해 국내로 우회 납품하는 방식까지 권유받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소재·부품 국산화 능력을 자신하면서도 정작 납품할 곳이 없다는 점을 장애물로 꼽습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국산화 대신, 중소기업들이 당장 시급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인 '수입선 다변화'도 현실적으로 어렵긴 마찬가지.
정부가 대체품을 찾는 경우 관세를 40% 내려주고 자금 지원도 해주겠다고 나섰지만 단기 대책일 뿐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 대체 수입처를 찾는다 하더라도 가까운 일본에 비해 물류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구매가 어려워져 결국엔 기업이 오롯이 높아진 단가를 감당해야 합니다.
업계는 정부가 소재, 부품 국산화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해 안정적인 수급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아가 '납품 쿼터'를 지정해서라도 대기업이 일정량을 사는 식의 상생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과 제품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없겠지만 제도적으로라도 보완장치, 수요기업, 즉 대기업들이 일정부분 구매를 할 수 있는 걸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공허한 구호만 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번 사태는) 4차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핵심을 흔들겠다는 계략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소재부품 장비의 독립의 길은 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에 있다. 이 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을 통한 상생협력이 강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다."
2010년에도 정부는 5년 안에 국산 반도체 장비 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지만 여전히 국산화율은 20% 수준.
국내 중소기업 기술과 제품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연구개발 중인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구매까지 이어지는 상시화된 체계 마련이 절실한 때입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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