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 투표 조작 의혹 속 생방송에 진출한 연습생 20명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모여 최종 11인조 엑스원(X1)을 데뷔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또 데뷔조에 포함되지 못한 연습생들로 팬들이 구상한 `바이나인` 등 파생그룹에 대해선 각 소속사 사정이 달라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29일 이들 소속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해당 기획사 관계자들은 강남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고 다음 달 데뷔할 엑스원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문자 투표 조작, 탈락 연습생 회유 등 여러 논란에 부딪힌 엠넷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기획사 대표는 "붙은 연습생들의 마음고생이 심하니 데뷔조에 포함된 친구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바이나인에 대해선 추후 얘기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도 "마냥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기획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섰다"며 "데뷔조 11명이나 탈락자 9명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획된 일은 일단 진행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재논의하기로 했다"라며 "투표 조작 논란 수사 결과, 행정 관계자의 실수라면 해당 인물이 책임지는 것이고, 방송사 차원의 엄청난 조작이 있었다고 밝혀지면 (엑스원의) 활동 명분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엠넷이 제작진을 경찰에 수사 의뢰,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획사들끼리 먼저 합의를 해서 입장을 알려줘야 한다는 데 동의해 이날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데뷔조가 일단 예정대로 활동해야 파생그룹 역시 결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획사 대표는 "붙고 떨어진 연습생들이 다 상처받지 않도록 일단 엑스원이 데뷔해야 하고, 다른 그룹도 해당 기획사 사정에 따라 추후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엠넷은 회동 결과에 대해 일단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기획사들의 합의와 별개로, 투표 조작 논란이 식지 않은 가운데 엑스원이 예정대로 다음 달 데뷔한다고 해도 얼마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시청자가 유료로 문자투표에 참여해 선발한 과정 자체에서 공신력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룹의 명분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합격자 내부, 합격자와 탈락자, 탈락자와 탈락자 팬덤 간 갈등 역시 이미 발생하고 있어 불필요한 대립도 우려된다.
당장 `국민 프로듀서`(시청자)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도 기획사들의 회동과 관련, "수많은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데뷔를 강행하는 제작진과 이를 지지하는 소속사들의 행태는 그 자체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또 앞서 엠넷에 투표 원본 데이터를 요청하는 동시에 법률 대리인을 통해 엠넷과 제작진을 고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점에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경찰 내사 단계에서는 할 수 있는 수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고소·고발장이 접수되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이뤄져 진상규명까지 마치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