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네번째 자식이라고 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K`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인보사K는 탄생 초기부터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줬지만, 이후 약효 논란과 함께 성분 논란까지 불거지며 품목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국내 신약에 대한 불신마저 가져 왔던 인보사의 후기를 `알투바이오`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20년 공든 탑 `인보사K`
인보사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코오롱그룹이 신약 후보 물질을 도출했습니다.
이후 1999년 코오롱그룹은 (주)코오롱에서 인보사 개발을 본격화했고, 2006년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 2017년 7월 시판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보사K는 주성분이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액은 동종유래 연골세포이고, 2액은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인자(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2액으로,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지만, 유통 제품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신장세포주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인보사는 허가 받을 당시 2번에 걸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2017년 4월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보완 자료 제출과 연골 재생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 후 2017년 6월 중앙약심위 자문 결과에 따른 품목 허가 타탕성을 검토한 후 같은 해 7월 국내 신약 29호로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 연골 재생 효과가 아닌 통증 완화 논란
품목 허가 당시 인보사는 당초 예상했던 연골 재생 효과가 아닌 통증 완화(개선)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를 허가·심사하는 단계에서 유효성의 경우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제품을 1회 주사하고 1년 후 환자가 느끼는 무릎 통증 개선정도와 운동이나 일상생활 등에서의 기능 개선 정도를 대조군(생리식염수 투여군)과 비교한 결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손상된 연골 재생 등 구조 개선 효과는 MRI 등을 통해 확인시 대조군(가짜약)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인보사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을 디자인할 때 증상 완화(기능 개선)와 통증 평가를 진행했지만, 관절 협착 등 구조 개선에 대한 유효성 평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축배에서 독배로 변질되다
이로 인해 인보사 허가는 축배가 아닌 독배로 변질되면서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오롱생명의 인보사는 기술수출과 해외 수출 등을 통해 신약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조 247억원에 달하는 인보사 기술수출과 제품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미국 먼디파마와 인보사의 일본 시장 기술수출 계약(6,677억원)을 맺었고, 중국 하이난성(2,3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1,000억원), 홍콩·마카오(170억원), 몽골(100억원) 지역에도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K`에 대해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에 대해 주성분 가운데 1개 성분에서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른 세포가 혼입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가운데 하나인 형질전환세포(TC)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확인됐다며 식약처로부터 재검증을 받기 위해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의 일관성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검증받기 위해 유통과 판매를 중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식약처는 자체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지난 5월 19일부터 조사관을 파견해 미국 연구개발사 코오롱티슈진과 `인보사` 제조용 세포주 제조소인 우시, 세포은행보관소 피셔 등을 실사했습니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보사K에 대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고, 청문회 과정을 거쳐 7월 3일 최종 허가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 가시밭길만 남은 인보사 허가 취소
1) 검찰 수사 본격 궤도
식약처의 인보사에 대한 최종 허가 취소가 확정되면서 앞으로 인보사와 관련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앞 길은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당사자인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으며, 검찰은 지난 달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수사에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검찰의 수사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운명이 판가름날 수 있습니다.
경영진은 물론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게까지 검찰의 칼날이 미칠 지 제약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2) 환자·투자자 집단 소송
코오롱 인보사를 시술받은 환자는 물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소송에 나선 상황입니다.
인보사 투여 환자들의 집단 소송과 투여 환자 3,700명에 대한 15년 장기 추적에 따른 비용 830억원 등도 코오롱생명과학의 몫이 됐습니다.
3) 코오롱생명과학, 행정소송을 대응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번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 뿐 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3일 "청문절차에서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착오로 인해 당사가 제출한 품목허가신청 서류에 인보사 2액의 성분유래에 대한 기재가 사실과 달랐으나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결코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행정소송의 제기를 통해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 코오롱티슈진 상장 폐지 문제는?
이번 사태와 연루된 코오롱티슈진 역시 상장 폐지 여부에 회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인보사가 2년 만에 최종 퇴출되면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유지도 불투명해 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0일까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면 거래가 재개되지만 반대의 경우 15일 이내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20년 동안 공들여 개발했던 `인보사K`.
코오롱그룹의 축복속에 태어났던 네번째 아이에서 이제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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