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인들이 지구로 가져온 월석(月石)과 토양 샘플은 총 382㎏에 달한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마지막으로 달에 내린 17호까지 6차례에 걸친 달 착륙 때마다 월석과 토양 샘플을 갖고 왔다.
이 샘플들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된 로제타석(石)처럼 과학자들이 태양계와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실마리 역할을 했다. 50년이 다 돼 가지만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직도 이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인이 가져온 월석과 토양 샘플이 연구에만 이용된 것은 아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달 착륙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아폴로 11호와 17호가 수거해온 월석은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선의의 표시로 세계 135개국에 각각 기증했다. 쌀알에서 구슬 크기의 월석을 달에 가져갔던 그 나라 소형 국기와 함께 기념패에 담아 전달했으며, 각국의 주요 박물관이나 과학단체, 대통령 기록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잃어버리고, 도난당하거나 자의적 처분으로 암시장으로 흘러드는 등 수난을 겪는 것도 적지 않다. 대부분은 전쟁과 쿠데타의 혼란과 독재자 등이 매개체가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내전 중에 아폴로 11호와 17호 월석이 모두 사라졌으며,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전달된 월석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몰타에서는 아폴로 17호 월석이 2004년 박물관 전시 중 도난돼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아폴로 11호 월석을 전시하던 더블린의 던싱크 천문대에서 불이 나 소실됐다.
니카라과에 전달된 아폴로 17호 월석은 중동의 구매자에게 500만~1천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 11호 월석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거부인 보브 스투팍이 한 선교사로부터 구매해 자신이 운영하는 `문 록카페(Moon Rock Cafe)`에 전시하다가 사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니카라과 정부에 반환됐다.
루마니아에서는 아폴로 11호 월석은 부쿠레슈티의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17호 월석은 1989년 성탄절에 부인과 함께 처형된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의 재산으로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의 아폴로 11호 월석도 사라졌지만,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일가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온두라스의 아폴로 17호 월석은 쿠데타 주동자가 한 육군 대령에게 감사의 선물로 준 것을 미국인 사업가가 구매해 되파는 과정에서 회수돼 온두라스로 다시 반환되기도 했다.
이 사업가는 1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온두라스 대령에게서 5만 달러를 주고 월석을 구입했으며, 연방 우정국 요원과 함께 월석 구매 광고를 내고 위장 수사를 하던 NASA 전 직원 조지프 구테인즈(65)에게 접근해 500만 달러에 팔려다가 덜미가 잡혔다.
육군 헬기조종사 출신으로 NASA에서 부패 감찰 요원으로 일하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구테인즈는 사라진 월석을 찾는 `월석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선물이지만, 우리가 월석을 개인에게 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역사의 일부를 모두 찾아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