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기관들의 대체투자 붐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사들의 경우 초대형IB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 대신 부동산 투자로 주머니를 불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방서후 기자가 현재 증권사들의 투자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최근 프랑스 파리 지역에서는 한국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요 오피스 빌딩을 차지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한 마중가 타워에 이어 뤼미에르 빌딩, CBX 타워, EQHO 타워, 그리고 가장 최근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크리스탈 파크 빌딩까지 벌써 6조원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조단위 매물이 적지 않은데도 한국 투자자들이 물건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가격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해외 기관들과는 물론 한국 업체들끼리도 경쟁이 붙어 서로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배경이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에서만 4조원 어치의 부동산을 사들였는데,
올해는 프랑스 외에도 체코, 폴란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처에도 여기저기 태극기가 꽂혔고, 사실상 유럽 전역이 한국 증권사들의 텃밭이 될 기세입니다.
문제는 딜을 따내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동산 매입 가격이 오르고, 이는 결국 수익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우량한 물건을 선점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소위 '서브마켓'이라 불리는 B급 물건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 최근 공개 입찰을 받은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오피스 빌딩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인수전에 뛰어든 적지 않은 한국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며 매각가를 높였다는 후문입니다.
증권사들은 이렇게 해외에서 발굴한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펀드를 설정, 개인과 소위 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들에게 셀다운(재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깁니다.
국내 부동산에 비해 수수료가 높은 편으로 통상 에쿼티의 3% 가량을 떼어 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 대상에 따라 증권사 고유 자금을 넣어 직접 투자를 할 경우 향후 매각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격 협상을 통한 셀다운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IB업계 관계자
"(기존에 투자가 성행했던) 독일 같은 경우 지난 5년 간 수익률이 200~300bp(2~3%) 떨어진 지역도 있다. 그나마 환헤지 프리미엄이 유로화의 경우 100~110bp(1~1.1%) 정도 나오기 때문에 만회하는 수준."
증권사 자본 여력이 넉넉하면 투자 자산을 자체적으로 보유해도 무방하지만,
최근 초대형IB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증권사들도 무리하게 해외 자산을 들여오는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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